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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Nov 13. 2021

낚싯대를 안 파는 낚시 가게

찐 팬을 위한 사업 큰 그림

무조건 물건을 파는 것만이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아닙니다.

다양한 전략이 있지만 작은 섬에서 펼쳐지는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합니다.



동네 낚시 가게


  장승포에 올 때 나는 원투 낚시만 채비를 해왔다. 원투 낚시는 무거운 추를 이용해 멀리 던지고 바다의 바닥에 있는 고기를 낚을 때 쓰는 낚시 법이다. 하지만 이곳 거제도는 찌낚시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찌낚시 채비하는 법을 유튜브로 열심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배워둔 매듭법 덕분에 문제없이 채비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드디어 열심히 공부를 마치고 재료를 사기 위해 낚시 가게를 둘러봤다.


  어두운 분위기에 낚시 가게들은 쉽게 들어갈 수 없었다. 전문가만이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비교적 환하고 큰 낚시 숍을 찾아 당당하게 들어갔다. 모르는 장비들이 가득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장비들을 구경했다. 내심 도움에 손길을 바라봤지만 사장님은 매장 정리를 하느라 바빠 보였다.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았다.


"제가 찌낚시를 해보고 싶은데요... "


사장님은 낚시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을 찾아가 보라며 다른 낚시 가게를 추천해 주셨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음에 오겠다며 나왔다. 근처에 낚시 가게는 많아도 낚시 교육은 본 적이 없다. 몰론 내가 유튜브를 보며 직접 장비를 고를 순 있었지만 그래도 오프라인 교육(?)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장승포에 하얀 등대 쪽으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보기에 허름한 곳이있어 자연스럽게 들어가 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내 주민분들이 모여 술을 드시고 계셨다. 하지만 사장님은 술자리에서 나와 얼른 달려와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바로 똑같은 말을 했다.


"제가 찌낚시를 해보고 싶은데요... "


사장님은 씩 웃으시며 대답했다.


"어디서 왔어요?"


긴장이 한 번에 풀렸다. 자연스럽게 나의 출신을 밝히고 차조 지정을 설명했다. 사장님은 찌낚시 채비하는 법을 보여줄 테니 사진을 잘 찍어뒀다가 연습하라고 하셨다. 하나하나 순서를 알려주시며 왜 이 순서가 되어야 하는지 모두 설명해 주셨다. 나는 메모장에 열심히 기록하고 사진도 찍었다. 돌아와서 곧바로 낚시채비하는 법을 다시 한번 연습해봤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채비를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얼른 던져보고 싶어 그날 바로 낚시를 나갔다. 그리고 앞으로 찌낚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그 낚시 가게만 간다. 모르는걸 물어보기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나를 초짜 낚시꾼으로 보기보단 낚시를 즐기는 청년으로 봐주신다. 이 가게의 겉은 어두웠지만 속은 밝았다. 그 후로 미끼를 사러 방문해도 낚시가 재미있냐고 물어보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항상 나눈다. 뭔가 사지 않아도 지나가다가 낚시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편안하게 나는 낚시가게로 들어간다. 그러곤 한두개씩 뭔가 사들고 나온다.



남 탓 시작


  당차게 시작한 낚시지만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물멍 시간을 끊어줄 멋지고 큰 고기를 잡고 싶었다. 채비도 열심히 배워서 찌가 잘 떠있고 입질도 잘 보인다. 바다의 바닥 부분을 공략해야 하는 돔을 잡기 위해 열심히 수심을 바꿔가며 최대한 바닥으로 세팅해서 낚시를 던졌다. 하지만 올라오는 고기는 항상 전갱이. 대부분 방파제 근처에서 낚시를 하는 나는 작은 전갱이만 잡혔다. 잡은 고기를 가둬두는 어망은 한 번도 써보지 못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 미끼도 있고 밑밥도 있고 낚시채비도 했고.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내가 찾아낸 문제점은 낚싯대였다. 원투 낚시에 최적화되어있는 이 녀석은 무겁고 길다. 최대한 빨리 미끼가 없어졌는지 확인하고 더 멀리 던져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낚싯대를 이리저리 알아보다 보니 쇼핑병이 도졌다. 사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낚싯대만 바꾸면 나도 돔을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내 머릿속으론 좋은 낚싯대를 샀고 돔도 잡았다.


  문제가 발생했으니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낚싯대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낚싯대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큰 분류만 해도 대낚시, 릴낚시, 애깅 낚시. 각 낚싯대 종류에 어종마다 낚싯대에 종류가 달랐다. 이래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장비에 돈을 많이 투자하나 보다. 도시 어부에 나오는 이덕화의 낚시 장비 가격이 다 합치면 억 소리가 나는 이유를 아주 정확히 알았다. 그래서 나는 고르고 골라 조금이라도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낚싯대를 알아봤다. 하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결국 낚시 상담소인 하얀 등대에 있는 낚시 가게로 향했다.


사지 마. 낚싯대


  나는 그동안 사장님에 친절에 보답할 겸 낚싯대를 사러 들어갔다. 역시나 낚시 방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장승포 생활이 어떻냐며 물어보시는 사장님. 나는 이곳에 안정감을 느끼는 듯하다. 지금까지 자잘한 낚시채비 용품과 미끼만을 구매했었는데 이번엔 조금 큼직한 구매를 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낚싯대를 좀 바꿔보려고요."


하지만 사장님은 요즘 어디서 낚시하냐고 물어보셨다. 이 때를 기억해보면 마음이 조금 답답했던 거 같다. 어서 새 낚싯대를 구매할 생각에 그랬던 거 같다. 나는 낚싯대를 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내가 요즘 가는 낚시 포인트를 말씀드렸고 내가 하고 있는 낚시 방법을 설명드렸다. 사장님은 살짝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사지 마. 낚싯대."

  ?! 무슨 말씀이신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사장님은 낚싯대를 사지 말라며 지금 있는 걸로 조금 더 연습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밤낚시를 주로 가는데 밤에는 새우보단 청지렁이를 써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밤에는 밑밥이 소용없다고 하셨다. 정확한 솔루션을 주시며 낚싯대를 팔지 않으셨다. 사장님은 낚싯대를 팔기보단 내가 낚시에 나가서 큰 고기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하니 사장님은 이미 낚시에 고수셨고 장비에 무궁무진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장비 가격에 치여 낚시를 그만둘까 걱정하신 건 아녔을까? 나는 이 낚시 방에 진정한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낚시에도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다. 정말 사소한 것을 사더라도 이 낚시 방만 찾게 된다. 사장님이 큰 그림을 그리시고 날 유혹한 건 아녔을까.



  결국 나는 낚싯대도 사지 않았고 심지어 지렁이를 써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껏 징그러운 지렁이를 만 지지 못해 피해왔지만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낚시 방 사장님 덕분에 낚시에 점점 더 빠져들어간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가며 낚시를 즐기고 있다. 당장에 수익에 목마르지 않은 사장님에 엄청난 비즈니스 전략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사업을 한다면 이런 사업을 하고싶다. 진정 즐길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리고 그것을 보며 나도 즐기는 그런 사업을 하고싶다. 


제가 사장님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바로 낚싯대를 추천해주며 가성비 좋은 쪽으로 유도하여 당장에 수익을 올렸을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를 돈으로만 바라봤나봅니다.

여러분은 비즈니스에 어떤 부분에 무게를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비전? 수익?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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