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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Nov 23. 2021

꼭 서울에서 창업을 해야 할까?

거제도 창업 도전기

창업을 하겠다며 당차게 퇴사하고 

70일간 거제도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 창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야 할까요?


저의 답은 'No'입니다.


70일간의 거제도 생활


  내가 창업을 하기에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은 경험이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제주도로 떠나려 했다. 숙소를 알아보던 중 알게 된 아웃도어 아일랜드. 거제도 장승포에 모여 다양한 사람들이 70일간의 지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발견하고 바로 지원서를 냈다. 클라이밍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에 임했고 합격했다. 전국에 청년마을 사업이 다양하게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아웃도어 아일랜드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아웃도어라는 큰 주제를 기반으로 지역과 공생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이곳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나의 경험들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을 방문해보고 체험하며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2. 캠핑에 빠지게 되었다.

3. 혼자서 낚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4. 거제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5. 드립 커피 체험을 하는 카페를 운영해 봤다.

6. 지역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람 냄새를 느꼈다.

7.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소개되어 게시물 2000 뷰를 넘겨봤다.

8. 목공을 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성취감은 정말 좋다.


이밖에도 수많은 경험이 있었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경험을 차차 풀어나가겠지만 분명한 건 서울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했다. 


  70일의 여정이 약 1주일 남은 지금. 프로그램이 끝나감에 따라 나는 정착지를 결정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거제도에 정착하기로 했다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거제도에서 내가 창업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곳 주민들은 청년이 필요하고 나는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정겨운 사람 냄새가 나는 이곳은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나갈 테지만 이곳의 사람들, 문화, 자연은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내가 어떤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지는 아직 모른다. 낚시 가게를 차릴지, 플랫폼 사업을 할지, 카페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에게 맞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나에게 최고의 선택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하루하루 재미있는 경험들로 가득한 곳이다. 서울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사업들을 보며 나도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사업구상을 하기보단 이곳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내가 정말 매력을 느꼈던 점은 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거제도의 아름다운 자연들은 나를 금세 평안하게 해 주었고 나의 에너지는 언제나 넘쳐흘렀다. 이곳은 느리면서 빨랐다.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지만 하고 싶은 것이나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한다. 무엇이든.


  서울에서 퇴근을 하고 창업 준비를 하겠다며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물론 서울에서의 이점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세련된 기술들과 창업자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나만의 것'. 서울에 잘 나가는 기업을 보며 자책하고 똑같아지고 싶던 나를 철저하게 바로잡아 주는 곳은 거제도이다. 차로 5시간 이상이 걸리는 이곳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에 충분하고 적합하다. 


  거제도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사람이다. 이곳에 사람들은 열려있다. 청년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고 수많은 전문가가 일상 속에 녹아있다. 당구를 1000 다마 이상 치는 동내 아저씨. 매일 요리 연구를 하는 음식점 사장님. 지나가다가 인사를 하러 들렸다가 당일 바로 백패킹을 가시는 청년마을 회장님. 마주치면 어묵 공장 돌리는 법을 알려주시겠다는 이사장님. 거제도의 모든 바다의 수심을 알고 있는 낚시꾼. 이 밖에도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매일같이 함께하며 도와주고 끌어준다. 심지어 내가 배워보고 싶다고 하면 정말 반가워하시며 아주 자세히도 알려주신다.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운이 맴돈다.


단기 목표


  이곳에서 나의 목표는 단 2가지다. 


1. 누구보다 열심히 놀고먹기

2. 놀고먹는 것 기록하기


  목표에서 창업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곳 거제도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배우고 즐길 계획이다. 이러한 놀고먹기가 창업으로 이루어진다면 요즘 인기 있는 덕업 일치를 이루는 순간이 될 것 같다. 


  지금 당장에 수익은 없다. 모아둔 돈으로 나의 경험에 전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잘 기록하고 즐기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멋지게 보답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웃도어 아일랜드 70일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이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나를 받아준 거제도에게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나의 아웃도어 생활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경험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해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고 도움이 되는 일상을 보낼 것이다. 




  처음엔 70일이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고 느꼈다. 하지만 70일이 지난 지금 하루도 아깝지 않을 만큼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냈고 70일은 짧았다. 그래서 나는 거제도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며 나의 모험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나의 창업 의지는 굽히지 않았으며 포기하지 않았으니 이 모든 시간들은 과정으로 남을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거제도의 하늘은 맑으며 평온하다. 오늘도 나는 경험을 쌓는다. 



창업은 꼭 서울에서 해야 할까요? 

이곳에 오기 전에 저는 'Yes'였습니다. IT를 전공한 저는 판교에 멋진 스타트업을 차려야 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다른 멋진 회사를 따라 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서울 이외의 지역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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