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불안함은 어쩔 건데?
복잡할 때 떠나는 곳.
머리가 복잡하던 어느 날 저도 모르게 낚시를 하러 떠나 많은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퇴사를 하고 월급이 끊겼다. 들어오는 수입이 전혀 없다. 당차게 퇴사를 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여전히 괴롭다. 이 불안함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침마다 명상을 하며 나의 불안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하루를 시작한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열심히 배우기로 한 다짐을 매일 되새긴다.
감사하게도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거제도에서 70일간의 여정을 보내고 있다. 거주와 식사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고 편안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핑, 캠핑, 낚시 등 여러 가지 아웃도어 활동을 하며 내게 맞는 취미 혹은 업을 새롭게 찾아나가고 있다. 덕분에 매일 같이 새로운 일들과 경험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캠핑 가서 산책하던 중이었다. 노을이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었고 나는 그 옆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전혀 없었다. 그 두 가지를 해와 함께 넘겨버리고 노을과 함께 걷고 있던 그 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하지만 이런 행복의 순간은 잠시. 백수가 이런 행복을 누리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인 부담과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수시로 밀려들어와 나의 행복한 순간들을 내쫓았다. 금세 나의 머릿속은 "이대로 괜찮을까?"로 가득했다.
순간의 행복과 그 후에 찾아오는 불안함 사이에서 방황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청년마을 참가자 친구와 장승포의 경치 좋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생겼다. 이곳은 꾸밈없이 서로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이대로 행복하게만 지내는 게 맞는 걸까? 돈도 벌어야 하고.. 조금은 불안해."
함께 있던 친구는 내 걱정이 전혀 문제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조금 당황했다. "뭐지? 난 좀 심각하다고!"라는 속마음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차분히 들어보기로 했다. 친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24시간 행복할 수 있을까? 작은 행복들이 순간순간 있는 거고 그 중간엔 불함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24시간 행복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욕심에서 나오는 불안함이라니. 키가 작은 이 친구가 커 보였다. 아니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더 맞을 것 같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난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곧장 바다로 달려갔다.
다시 차분해진 시간은 낚시를 던져놓고 고기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었다. 거제도의 바다는 달빛이 바다에 비쳐 달빛 윤슬이 생기고 파도는 잔잔하게 무대를 만들어 준다.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조용히 고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에 생각정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일종의 명상일까?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불안한 감정이 머릿속에 가득할 때 조용히 관찰하며 잔잔한 바다에 흘려보낸다.
조용히 앉아서 방금 전 나누었던 대화를 잘 생각해본다. 행복해도 좋다. 불안해도 좋다. 이곳에 와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누구보다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러한 과정을 낚시와 함께 돌이켜보며 좋은 방향을 찾거나 불필요한 감정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나를 챙겨가며 잘 즐기고 있다. 심각할 필요가 없었다. 책상에 앉아 심각하고 치열하게 고민을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조그만 행복들이 쌓여가며 멋진 나날이 만들어져 간다.
아직이다. 아직. 지금은 그 과정 가운데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은 다리가 아플 수 있지만 천천히 걸어나 나고 있다. 주변 풍경은 아름답고 가는 길은 험난하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다시 또 다른 경험을 찾아 걷고 또 걷는다.
요즘 머리가 복잡할 때면 자연스럽게 바다를 찾는다. 어느새 낚시는 마음에 안정을 주는 다정한 곳이 되었다. 낚시를 하러 간다는 것은 고기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신호탄이다.
여전히 고기는 잘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만의 시간을 챙겨가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꼭 어떠한 활동이 아니라도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사색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