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내가 살아온 33년 동안 거제도라 하면 보통 조선소 노동자들이 가득한 섬 , 관광할 곳이라고는 눈 뜨고 찾아도 없고 유흥업소만 많을 것 같은, 온전히 조선소 근로자를 위한 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자연 속에서 주는 시원한 풀냄새와 캐캐 한 흙냄새를 맡으며 쉬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서울과 대구에 살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해변과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한라산이 있는 제주 뿐이라며 믿고 살던 사람였다. 작년에 거제도로 올 수 있었던 것도 단순히 ‘아웃도어’라는 단어에 꽂혀서 마음껏 자연 속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설렘으로 무작정 왔던 것 같다. 거제도도 섬이니 분명 산이던 바다는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작년 6월 거제도로 오고, 약 2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거제도라는 곳은 나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준 곳으로 변했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어떤 산을 가던 기본으로 깔린 오션뷰
상대적으로 제주보다 수요가 많지 않아 정비되지 않은 산길을 개척하는 재미
캠핑하기 너무나 좋은 ( 관리가 소홀한) 환경
의외로 입맛에 맞았던 음식
외지인인 우리를 따뜻하게 환대해주고 기꺼이 삼촌, 이모들이 되어줬던 사장님들
좋은 추억들을 함께 쌓은 각 지역에서 모인 또래 친구들과의 추억
이 7가지의 이유들이 1년이 넘은 지금까지 거제도에 계속 남아 있게 해 줬다.
처음에는 함께 한 사람들의 (또래 친구들) 존재 때문이라는 말에 나도 그런가 싶었지만 그 친구들이 거제를 떠난 지금까지도 거제도는 항상 내가 힘들고 지치고 절망적일 때 잔잔한 바다가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험한 산길을 오르는 동안 잡생각을 잠시 잊고 진정한 나와 마주설수 있게 도와줬다. 플러스로 거제도에서 만난 삼촌 이모들이 많이 걱정해주고 격려해주고 도와주셔서 거제도에 대한 애정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다.
사실 거제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고향이나 사람이 거의 없는 농장으로 가서 돈만 벌고 싶은 충동이 들었었다. 하지만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막막하고 힘들 때 거제도가 준 위로 덕분에 내가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조금씩 성장하게 된 이유에서 일까? 다른 지역은 어쩐지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거제도의 가치와 가능성을 아직 보지 못하는 중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직 거제도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조선소 섬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들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제주도 보다도 훨씬 멋진 곳이 많은 곳임에도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통의 불편함과 수도권 기준으로 멀다는 핸디캡도 있다.)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못할 기회를 잡은 것 같다는 생각에 더더욱 거제도에 감사함을 느낌으로써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기 위해 발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위로와 성장과 기회를 준 거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아 물론 거제도에서 만난 인연으로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좋은 사람들도 얻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