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다

경계선(2019) - 스포o

by 호랑
KakaoTalk_20251121_192028419.jpg 공식 포스터

얼마 전, 영화모임 단톡방에서 <경계선>이라는 영화를 추천받았다. 원래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심이 심해서 무언가를 추천받을 때면 '볼 게요'하고 미뤄두는 편인데, 새해가 되면서 책도 영화도 많이 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밀리의 서재를 자주 드나들다 보니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발견하게 되었다. <경계선>을 책으로 먼저 한 번 들여다볼까? 하고 쉬는 날 펼쳤다가 그대로 해당 단편을 술술 읽어버렸다. 다 보고 나서는 이마를 빡 때리면서 "미친!"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빈약한 어휘력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 표현 말고는 뭐라 설명할 방법이,,,)


본래 단편 소설은 갑자기 툭 시작해서 또 갑자기 툭 끝나기 때문에 나만 내버려두고 가버린다는 서운함(?)으로 인해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계선'은 그러한 단편으로서의 성격을 아주 잘 녹여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현듯 시작된 티나의 삶의 궤적을 좇아가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정체(ㄴㅇㄱ)와 마주하게 되는 놀라움이...!!! 계속해서 자연과, 동물과 호흡하는 티나를 보면서 '흠, 어쩌면 고대의 존재일까? 그 피를 받았을까?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며 유추하다가 다름 아닌 트롤이라는 것을 알고 책을 쥔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카페에서 읽고 있었는데 효과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끌 뻔 했다)


그 책을 읽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며칠 내로 왓챠에서 당장 영화 <경계선>을 대여했다. 한 번에 보지 못하고 두 번에 걸쳐 보았는데도 영화가 너무. 좋았다. 원작이 단편인지라 2시간 남짓 되는 장편 영화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궁금했는데, 티나와 보레의 관계성을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어 그들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이해하기 수월했다.


원작에서는 티나의 어린 시절에도 지면을 다소 할애한다. 티나는 어린 시절,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 때마다 찾아가는 숲에서 자랐다. 티나의 보호자들은 숲에서 그를 키웠는데 그런 그들이 아동 학대/방임 혐의로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바람에 지금의 보호자들 손에서 양육되었다. 티나는 평생을 경계인으로 산다. 분명 안정적인 직업도, 자주 만나는 친구도, 함께 사는 애인도 있지만 늘 맞지 않은 구멍에 억지로 끼워진 퍼즐 같은 마음. 누군가를 걸러내는 경계선에서 근무하는 티나는, 늘 자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왔지만 명확한 해답을 얻은 적은 없다. 그러던 티나의 앞에 기묘한 남자(?) 보레가 나타난다.


원작에서는 보레가 티나와 처음 만난 날, 티나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떠난다. 이미 보레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던 티나는 말 그대로, 보레에게 매료된다. 티나와 보레가 가까워지면서 티나는 처음으로 경계선 안에 포함된 느낌을, '연대감'과 '애정'을 느낀다. 처음으로 경계인이 아니라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감각은 티나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뀌게 만든다.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종임을 깨달았을 뿐이지만) 그저 누군가에게 소속되고 싶어서 허울뿐인 관계를 유지하던 애인(기생충)을 쫓아내고, 보레와 애정을 나누고, 자연스레 포기하던 것들을 하나하나 받아들인다. 특히 티나와 보레가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 초록빛이 움트는 숲을 달리던 장면은 아름답지 않지만 아름다웠다. 사회적 미의 기준으로 볼 때 둘은 아름답지 않지만, 사랑하는 둘의 모습은 이질적이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역시나 사랑하는(사랑에 빠진) 존재를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아름답게 느끼게 되는걸까? 사랑이라는 게, 그런 걸까?


변화한 티나는 아버지에게 찾아가 자신의 근원을 묻고, 마침내 알아낸다. 원작에서는 정신이 온전하나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비교적 평화롭게 진실을 공유하고, 영화에서는 몸이 건강하나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완전히 벼랑 끝으로 몰려 숨겨온 사실을 (일부만) 실토한다. 믿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의 좌절이란. 그래도 티나는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다. 얼핏 보면 '제대로 된' 삶을 포기한 것 같은 모습의 티나를 보면서 나는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 더 이상 인간이 정한 틀에 갇히지 않기로 했나 보다, 하면서. 마침내 보레와 자신의 아기를 안은 티나의 미소를 보면서 오랜만에 뭉클했다. 가족주의를 떠나, 티나가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안심이 됐다.


영판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티나에게 국한된 이야기일까? 우리 또한 그렇다. 심지어 같은 종과만 어울려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주변인' 시기를 거친다. 분명 소속되어 있지만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붕 뜨는 기분. <경계선>에서는 말한다. 반드시 소속될 필요가 있을까? 경계인이라는 게 문제가 될까? 문제라고 느낀다면, 네가 만들어. 네 손으로 선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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