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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욱 May 09. 2019

홍콩 사람들이 완탕면 보다 더 즐겨먹는다는 "국민국수"

체자이민(車仔麵)

    많은 사람들이 홍콩의 면요리라고 하면 “완탕면”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탱글탱글하면서도 독특한 식감의 면, 깔끔한 국물, 그리고 새우살로 속이 꽉 찬 완탕까지... 맛있는 것은 물론 완탕면 한 그릇에 속이 든든해진다. 현지 사람들에게도 완탕면은 인기 있는 면식 중 하나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홍콩 사람들이 평소에 더 즐겨먹는, 완탕면보다 조금 더 대중적인 국수가 있다고 한다.

    비비안은 요즘 일이 바빠졌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사수가 캐나다로 가게 되어 사직서를 냈기 때문이다.  그 사수가 맡았던 일들은 비비안이 모두 떠맡게 되어 일의 양이 예전보다 두배로 늘어났다. 야근도 잦아졌고,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든다. 주말은 비비안이 평일에 받았던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어, 한시름 놓고 쉴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아침에 늦잠도 자고, 집 근처로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간다. 우리는 보통 주말에, 침사추이나 홍콩섬 등의 번화가로 나가곤 한다. 그러나 한 번 시내로 나가려면, 신계(New Territories)에 있는 우리 집에서 거리가 꽤 멀어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걸린다. 비비안이 모처럼 쉴 수 있는 주말에, 멀리 나가자고 하면 비비안에게 짐 하나를 더 얹어주는 것 같아, 오늘은 그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가까운 집 앞으로 외출하기로 했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하늘엔 회색 구름이 잔뜩 껴있다. 홍콩의 봄은 맑은 날이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흐린 날이 많고 비도 많이 온다. 간혹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올 때도 있는데, 그때는 기온이 보통 28도 이상으로 올라가서 야외에서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더워진다. 차라리 오늘같이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가 덥지도 않고 선선하여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좋다. 우리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11시쯤 일어나 빵 한 조각과 커피 한잔 씩을 마셨다. 보통 늦잠을 자면 오히려 개운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오늘은 정신도 아주 맑았다. 홍콩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 한국에 있을 때 부모님은 아침을 많이 먹어야 한다며 아침상을 푸짐하게 차려주시곤 했다. 아침을 많이 먹는 습관이 어렸을 때부터 생겨, 처음에 홍콩에 왔을 때 적응이 안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은 양의 아침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빵과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계침은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비비안과 점심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비비안의 제안에 따라 홍콩의 "국민 국수"를 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저번에 같이 마작 게임했던 펄리(Perlie) 기억하지?” 비비안이 집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응, 기억하지. 걔가 그 날 제일 운이 좋았잖아.” 내가 대답했다.

“맞아. 펄리네 어머니가 하는 체 자이 민 가게가 우리 집 앞에 있어.”

“오 그래? 몰랐던 사실이네.”

“응, 예전에 말한 적 없을 걸? 걸어서 5분이면 가. 금방이야.”

    우리는 집 아래에 있는 쇼핑몰을 가로질러 옆 쇼핑몰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갔다. 옆 쇼핑몰 1층, 도로의 맨 끝 가장자리에 펄리 어머니가 하는 체 자이 민 음식점이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야외에 마련되어 있는 식탁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 국수를 즐기고 있었다. 가게 내부는 매우 좁았고,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창문으로는 가게 내부에 있는 부엌이 보였으며, 국수에 올라갈 다양한 음식이 그릇에서 향긋한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체자이민(車仔麵) 가게 입구

“체자이민(車仔麵)은 홍콩 사람들이 평소에 가장 즐겨먹는 국수야.” 비비안이 가게 앞에서 가게 안을 구경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체자이(車仔)는 수레(Cart)를 뜻하고 민(麵)은 면을 뜻해. 직역하면 "수레 국수" 정도가 될 텐데, 실제로 이 국수의 영문 이름은 Cart Noodle이야. 예전에는 수레에 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를 넣어놓고 거리에서 옮겨 다니면서 팔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름이 체자이민(車仔麵)이 됐다고 해. 서울의 명동이나 인사동 같은 데도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카트가 있잖아? 그 카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그렇구나. 네가 한국에 있는 카트 이야기를 하니까, 어떤 느낌인지 머릿속에 그려지네. 그런데 체자이민은 무슨 맛이야?” 내가 비비안에게 물었다.

“음…글쎄. "체자이민은 무슨 맛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는 게, 체자이민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국물, 국수, 토핑을 고를 수가 있어. 국물은 보통 5가지 종류가 있는데, 기본 육수가 있고 거기다가 맛을 첨가하는 식이야. 예를 들면, 카레 국물은 기본 육수에 카레를 첨가하는 것이고, 마라 국물은 기본 육수에 마라 향을 첨가하는 거지. 면도 보통 대여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전부 광동식 면이야.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려우니까 먹을 때마다 내가 설명해 줄게. 토핑은 돼지고기, 소고기, 돼지 내장, 소 내장, 각종 야채와 해물 등 엄청나게 많아. 이 많은 선택지 중에서 네가 그 날 먹고 싶은 대로 주문해서 먹으면 돼. 그래서 너한테 체자이민이 무슨 맛이라고 설명해 주기가 어려운 거야. 그래도 기본 육수와 고를 수 있는 면, 그리고 토핑의 종류는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편이야. 그래서 가게마다 맛의 차이는 크게 없고, 그게 체자이민의 또 다른 특징이야."

“그렇구나. 일단 우리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배고파.”

입구쪽, 주방이 보이는 창문. 다양한 음식이 조리되고 있다.

    우리는 네 개의 자리 중 두 자리에 손님이 앉아 있는 4인용 원탁에 짐을 풀고 앉았다. 가게 내부와 자리 간 간격이 좁고, 합석을 하고, 음식을 빨리 먹고 나가야 하는 전형적인 홍콩 식당의 모습이었다. 원하는 국물, 국수, 토핑 개에다가 음료수까지 나오는 것이 36 HKD(한화 약 5,300원) 기본 세트였다. 식탁 위에는 빨간색 글씨가 적혀있는 주문서가 있었는데, 이 주문서에 원하는 내용물을 선택하여 주문하면 됐다. 영어는 없고 한자로만 되어있어 비비안이 내 것까지 주문해 주었다. 나는 마라탕, 초민(粗麵, 두껍고 툭툭 끊어지는 면), 치즈 소시지와 오징어 토핑, 그리고 차가운 밀크티를 시켰고 비비안은 야오 즙(우육수), 야오민(幼麵, 얇고 부드러운 면), 돼지 선지와 닭날개구이 토핑, 그리고 차가운 레몬티를 시켰다. 주문한 지 3분이 채 안 되어 음료수가 먼저 나왔다.

“아! 홍콩에서 현지 음식점에 갈 때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어.” 비비안이 식탁 위에 나온 음료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뭔데?”

체자이민(車仔麵) 주문서. 좌측 큰 칸이 토핑 고르는 칸, 중간이 육수 고르는 칸, 우측이 면 종류를 고르는 칸이다.

“세트에 포함되는 음료는 따뜻한 음료가 기본이야. 만약 차가운 음료 마시고 싶으면, 2~3 HKD(약 500원)의 추가 요금이 있어.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마 얼음값을 받는 게 아닐까 싶어. 아까 펄리의 가게도 확인해보니까 3 HKD의 추가 요금이 있네.”

“오 신기하네. 한국에서도 커피집에 가면 차가운 음료가 500원 정도 더 비싼 경우가 있어.”

“응 맞아.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어. 따뜻한 음료를 시키면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채 음료만 나와. 그래서 만약 단 음료를 먹고 싶으면 식탁 위에 있는 설탕을 기호에 맞게 알아서 타 먹으면 돼. 그런데 차가운 음료는 무조건 설탕이 들어간 채로 나와. 이것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 아마 차가운 음료에는 시럽을 넣어야 하는데 시럽이 설탕보다 비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아니면 만약 손님이 시럽을 식탁에 흘리면 끈적끈적해져서 정리하기 힘들어서 그렇거나."

“그렇구나. 그럼 우리가 시킨 밀크티랑 레몬티는 달겠네?”

“맞아. 근데 설탕의 양을 주문할 때 조절할 수 있어. 덜 달게 먹고 싶으면 설탕을 덜 넣어달라고 말하면 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주문한 체자이민이 나왔다. 마라탕을 시켰지만, 마라향이 세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국물은 짭짤했다. 면은 칼국수와 같이 두꺼운 면이었는데 부드럽지 않고 툭툭 끊겼으며 쫄깃쫄깃했는데 처음 먹어보는 면이었다. 비비안이 주문한 야오민은 아주 부드러웠다.

마라 국물, 초민(粗麵), 소시지 오징어 토핑 조합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식당으로 들락날락거리고, 점원들은 식당 안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날랐으며, 가게 안에 있는 선풍기는 식당 안에 열기에 맞서 끊임없이 회전하며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뒷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다 알아들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서로의 등 사이에 두고, 거의 닿을 듯한 모습으로 현지인의 온기와 식당의 분위기를 느끼며 난생처음 먹어보는 국수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 안으로 옮겨 댔다. 입 안으로 들어가 내 안으로 흡수되는 국수가닥들은 홍콩이라는 땅에서 조금씩 적응하며 그 사회에 동화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너는 고급스러운 식당보다는 현지 식당이 더 마음에 드나 봐?” 비비안이 국수를 다 먹고 내게 말을 걸었다.

“응. 왠지 모르게 현지 식당이 더 정이 가더라고. 그 나라 사람들의 “진짜” 사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고.”

우리는 국수를 다 먹고 마지막 남은 음료를 입 안으로 빨아들인 뒤, 분주한 식당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번 더 식당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낀 뒤, 국수값을 현금으로 계산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체자이민(車仔麵) 현지 식당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제 유튜브 채 "누워서 홍콩 먹기"에 업로드했습니다.

1. 현지 식당의 모습 및 먹방

2. 이름 유래

3. 주문하는 법 및 메뉴 구성

4. 음료수 주문할 때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경우

5.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이유

영상 구성입니다. 들어가셔서 영상 보시고 채널도 구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2veycOOHVgo&t=41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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