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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캐스트 Jul 18. 2017

주거비 부담에 ‘동거’로 떠밀리는 2030세대


| 복학생  정 모씨, 직장인 이 모씨가 동거를 선택한 이유는?

군대를 제대한 대학생 정모 씨(24세)는 지난 2월부터 친구 3명과 보증금 8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의 집을 구해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등록금도 비싼데 집값이며 생활비 등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은 생활이 빠듯합니다. 때문에 동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 씨의 동거 이유입니다. 


서울 연신내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2세)도 다음 달부터 남자친구와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연애 2년 차인 이 씨는 연하인 남자친구가 집값으로 월급의 3분의 1을 소모하는 것을 보고 살림을 합치자고 남자친구에게 제안한 것입니다. 이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1~2년 안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집을 합치고 주거비로 나가는 돈을 모으면 결혼할 때 전세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데이트 비용까지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합니다.


| 新주거트렌드 ‘동거’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동거가 하나의 주거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한 ‘자취 청년들의 거주실태’에 따르면 27%가 동거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 서양에서는 일반적인 ‘동거’ 문화

젊은 세대들은 왜 동거를 선택할까요? 동거 문화가 특별할 것이 아닌 외국을 살펴보면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프랑스나 미국, 폴란드 등 서양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동거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동거가 보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나라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독립해서 살다 보니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서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여기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문화로 동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A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제 주변에 동거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중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였어요. 두 사람이 같이 살면 보통 집 렌트비가 한 명이 부담할 때보다 저렴해지니까 경제적인 이득이 있어서 애인과 같이 살더라고요. 미국에서는 꼭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이라면 단순 이성 친구 사이라도 동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동거에 대한 인식 변화

최근 우리나라도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는 문화가 점차 자리잡아가면서 동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요. 특히 요즘 TV에서 동거문화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이 방영하면서 적당히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공동체의 즐거움을 나눠가질 수 있는 동거 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는 2030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03년 방영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나 ‘풀하우스’를 비롯해 최근 ‘아버지가 이상해’ 등 드라마에서 연인간의 동거를 다루고 있죠. 또한 ‘우리결혼했어요’나, ‘셰어하우스’나 ‘룸메이트’는 새로운 트렌드인 싱글남녀의 공동주거 생활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 부모로부터 독립한 1인가구 증가

이처럼 젊은 세대에서는 외국처럼 동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는데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외국과 비슷합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1인 가구의 증가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는 부모에게서 독립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 비중은 각각 28%와 27%에 이르는데, 2030년이 되면 각각 37%와 33%가 될 것으로 전망되죠.


| 집값이 오르니 같이 살게 되네

하지만 무엇보다 동거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은 주거비 부담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실질근로소득은 지난해 230만 원으로 9년 전인 2007년 270만 원에서 40만 원 줄었습니다. 특히 20대 이하 가구주의 소비지출 비중의 가장 큰 부분을 주거 및 수도광열비(18.9%)가 차지했는데 2007년보다 2.9% 증가해 오히려 20대의 주거비 부담은 늘었습니다. 최근 청년들의 주거 빈곤 현실을 보여주는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해 이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결국 이들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거나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쫓아 친구나 연인,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과의 동거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 주거비 부담으로 다양한 형태의 동거 문화 탄생

현재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1인 가구의 증가와 집값이 상승할수록 동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여럿이서 하나의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Soul-mate와 Room-mate의 합성어로 영혼이 잘 통하는 친구나 연인의 동거인을 뜻하는 ‘솔룸메이트’, 젊은 대학생과 노인이 함께 사는 '노청(老靑) 동거'도 등 동거와 관련한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최근에는 가정을 이뤄 분가했으나 다시 부모에게 돌아가는 현상을 뜻하는 ‘리터루족’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동거족’

실제로 동거족의 증가는 수치로 확인되는데요. 셰어하우스 시장은 3년 만에 7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셰어하우스 플랫폼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컴앤스테이 포함 운영사 '우주'와 '함께' '함께꿈꾸는마을' 셰어하우스는 지난 2013년 총 114개에서 지난해 총 974개로 3년만에 약 750% 증가했습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1•3세대 룸셰어링 사업’ 역시 지난 2015년 성북구에서 시범 실시한 이후 높은 만족도로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됐습니다. ‘리터루족’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여성가족부가 통계청 등에 의뢰해 지난해 발표한 ‘제3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조부모와 부부, 미혼자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족 비율은 3.1%로 지난 2010년(1%)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결혼을 하거나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면서 독립했던 20~30대의 자녀•손자 세대가 전세난과 높은 월세 등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동거’ 먼 나라 아닌 우리나라 이야기

현재 동거인 비율은 정확하게 조사되지는 못하지만, 동거 문화가 점차 확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치솟는 물가와 떨어질 줄 모르는 전∙월세 가격,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대학 등록금 인상률 등은 대학생들이나 저임금의 초년생을 점점 더 동거로 내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우리도 동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꾀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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