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살았던 동네

체감하는 이해

by 앓아야 안다

2009년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친한 동기 네다섯 명이 각자의 유년시절을 보낸 동네를 방문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처음 월급이란 것을 받으며, 퇴근 후 매번 새로운 놀거리를 찾던 중이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동네 탐방은 직장 동기를 넘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며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회사동료가 살고 있고 살았던 동네를 지나가거나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평소대로 가족과 관광지를 구경하고, 맛집에 들르고 기념품도 구입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사람이 이곳 버스정류장에서 엄마 손을 잡고,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렸겠지, 매일 아침 저 오르막을 오르내리며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었겠지,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해, 결혼을 준비하며 이곳과 멀어져 갔겠구나'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이후, 종종 '그 사람이 살았던 동네에 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에게 그 사람은, 한때 늘 함께 했던 사람도 있고, 연락이 되진 않지만 생각나는 사람,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 조금은 미운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살았던 동네에 가면, 그동안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그 사람'을 새롭게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평소 몰랐던, 본의 아니게 외면했던 '뒷모습'도 그려 봅니다. 학교성적을 고민하며 가로등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던 그 아이의 책가방, 종일 지친 몸을 편의점 봉지 하나에 담아 걷던 그 사람의 퇴근길, 세상 어디선가 나를 바라봐 주는 그 사람의 눈빛, 나를 미워하던 그 사람의 측은함.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 정말 가능한가요?

온전히 그 사람이 될 수 없기에,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기 위해서 그 사람이 살았던 동네에 갑니다.

그 사람이 나 없이, 혼자 걷고, 생각하고, 기다렸던 그곳에서, 그 사람을 체감하는 이해.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 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중, 떠나간 그 사람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며 앓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


32445197656.20240718072234.jpg




매거진의 이전글불쌍한 엄마와 안쓰러운 아내 그리고 멀어지는 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