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2025년 11월 21일 일요일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인천 강화도에서 파주 문산으로, 온 가족이 잠옷에 외투만 걸친 채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몇 년째 고민하던 유기견의 임시보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의'였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지난한 고민이 급하게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첫째 딸의 과잉된 사춘기 열정(?)을 조금은 잠재우기 위해서 반려견의 투입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파주에서 유기견 구조를 하시는 소장님과 봉사자분의 도움으로 약 3개월 간의 임시보호 허락을 받았습니다.
헝클어질 때로 헝클어진 첫째 딸과의 관계를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싶은 조급함이 있었지만, 그보다 딸아이가 겪고 있는 성장통에 반려견의 온기가 처방전이 되었으면 하는 다른 조급함도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너 때문에 유기견 임시보호까지 하고 있는 거잖아!"
"왜 나 때문이야?! 내가 해달라고 한 적 없잖아!"
어렵게 모시고(?) 온 유기견도 아내가 바라는 첫째 아이의 행동을 끌어내지는 못했고, 날이 선 고성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세상일이 그렇듯, 계획은 제 걸음과는 다르게 늘 저만치에 꼼짝도 않고 머물러 있곤 합니다.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저와 아내의 유기견에 대한 집착 덕분에 임시보호는 입양으로 이어졌고, 사춘기 딸을 위한 위로의 '수단'이 아닌 반려견 '봉봉'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굳게 닫힌 첫째 딸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반려견의 장난기 섞인 '으르렁' 소리에, 아내와 저도 '모셔오길 잘했다며' 농담을 던지는 작은 틈이 생겼습니다. 저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더디게 보이지만, 첫째 아이와 반려견이 서로에게 들숨과 날숨이 되어 호흡하기를 바라며, 속으로 되뇝니다.
'너 때문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탓하기도 했지만, 너 덕분에 반려견 '봉봉'이 새 식구가 되었고, 너 덕분에 사춘기 딸이 조금씩 한 발 내딛게 될 것 같아.'
평생 자폐를 안고 동물과의 교감으로 동물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준 '템플 그랜딘'
'다름'을 '공존'으로 바라보는 시선.
"저는 다를 뿐이지, 열등하지 않다고 했어요."
자폐증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의 삶을 영화화한 장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