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사십 중반 넘어 뒤늦은 혼밥에 대하여
입병이 자주 납니다.
밥을 먹거나 양치질을 하다가 어딘가 따끔하다 싶어서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쌀 한 톨만 한 점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자리가 입 안 어디냐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생활하는 동안은 꽤나 거슬리게 불편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입을 벌리는 순간, 잠시 잊고 있던 찌릿함이 전해 지기도 하고,
양치질을 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입병 주위를 칫솔로 스치기라도 하면, 짧고 강렬한 고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그 깟 입병 따위로 연차휴가를 낼 수는 없기에, 출근 후 메신저로 업무대화를 대신하고, 걸려오는 전화는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문자를 건네며, 점심시간은 기꺼이 거를 준비를 합니다.
식사 속도가 느립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은 아닌데, 주변 사람들이 지나치게 빠르다 보니 언젠가부터 저는 느린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의 점심식사는 보통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그 속의 어색한 공기와 상투적인 대화를 맞추다 보면 정작 식사는 뒷전이 되기 일쑤입니다.
업무 특성상 원거리 근무와 외부출장으로, 점심식사를 거르기도 하고 혼자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전히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정서적 고립감을 느꼈던 세대여서 그런지, '혼밥'을 즐기지는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러다 2026년 1분기를 마감하는 분주한 시기에 입 안 왼쪽 볼에 하얗게 올라온 입병 덕분에(?), 사십 중반 넘은 아저씨의 혼밥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쓸 때 없이.
"입병 때문에 오늘은 혼자 '천천히' 먹을게요."
평소에도 주변에 비해서 느린 속도 때문에 '먹는 건지 마시는 건지' 모르겠는 식사였는데, 더욱이 입병으로 그들의 시간에 맞추기는 불가했습니다. 입병 부위에 닿지 않으려고 의식하며 혼자 조용히 먹다 보니 거의 50분을 훌쩍 채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음식물을 닿지 않게 먹을 수는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속도에 집중하느라 곁눈으로 다른 사람들의 식판을 흘겨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혼자의 멋쩍음을 상쇄시켜 주었습니다.
입병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오십 가까이 보이는 아저씨의 혼밥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고, 여럿이 아닌 혼자서 직장생활의 점심시간을 느긋하게 채우는 것도 뒤늦게 깨달은 '혼밥의 소확행'이었습니다. '소확행' 자체가 이미 철 지난 표현이며, 누구나 대수롭지 않게 '혼밥'을 하는 요즘인데, 정말 '뒷북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입병은 다 나았는데, 오늘은 '그냥' 혼자 먹을게요."
'고독한 미식가'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서도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