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인터넷 검열 논란?!
2019년 2월 11일, 불법 도박사이트 776곳과 음란사이트 96곳을 포함한 총 895개 사이트의 접속이 차단되었습니다. 그 동안 불법사이트를 차단해 온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여 차단한 것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롭게 도입한 이 방식은, SNI 필드 차단 방식입니다. 방통위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발전된 차단 방식(이하 https 차단 정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새로운 차단 방식이 과도한 규제와 검열이라며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하여 25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https 차단 정책’을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불법 도박사이트나 음란사이트로 인한 피해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를 하고 있는데요.
https 차단 정책, 왜 논란이 되고 있을까요?
오늘의 논제
“https 차단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https 차단 정책(SNI 필드 차단 방식)은 기존의 차단 방식이 해외 DNS 서버를 이용할 경우 쉽게 우회가 가능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적용된 방법입니다.
기존 방식의 손쉬운 우회와 https 활용의 보급화로 불법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이 적용된 것이 바로 SNI 필드 차단 방식입니다. 사용자의 요청이 암호화되기 전에 암호화되지 않은 주소를 확인하여 차단한다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새로운 차단 방식을 왜 반대하는 것일까요?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장과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불법 도박사이트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심지어 어린이까지 인터넷 도박에 중독되고 있습니다.
또한 음란물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음란물 중에는 몰카, 리벤지포르노와 같은 불법 촬영물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런 불법촬영물의 피해는 2018년 4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문을 연 뒤, 2018년 말까지 무려 2,379명이 도움을 청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합니다. 삭제 및 차단 건 수는 무려 약 2만 9천여건에 달합니다.
불법 도박, 불법음란촬영물의 피해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극심한 피해를 미치는 불법 사이트의 차단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기존에 불법사이트를 차단하던 DNS 차단 방식은 사용자가 불법 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의 IP 주소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이트의 IP주소를 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다른 DNS를 이용하면 차단당하지 않고 원래 사이트의 IP주소로 접속할 수 있었죠.
게다가 국내 불법 사이트들도 차단을 피해기 위해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보다 암호화된 https를 주로 활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방식으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SNI 필드 차단 방식(https 차단 방식)은 기존의 규제를 피해가던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2018년 6월, 웹툰 불법 유포사이트인 ‘밤토끼’ 접속이 차단되었을 때,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합법적인 웹툰 사이트의 트래픽이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불법사이트가 차단되었을 때 많은 사용자들이 불법사이트를 이용하기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해가면 불법 도박, 불법 촬영물, 저작권 침해 유포물에 대한 수요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기록 등에서 암호화되지 않은 정보를 확인하고, 차단한다는 것은 얼마든지 해당 기록이 수집되고, 저장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당장 정부가 감청, 검열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없다 하더라도, 정권이 교체되고 상황이 바뀔 경우 이를 시도할 수 있게 만드는 창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인터넷 사용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용자가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 행동, 정치적 성향 등이 드러나는 사이트의 이용을 피할 것이며, 이는 결국 표현의 자유를 막는 행위라 볼 수 있습니다.
SNI 필드 차단 방식에 대해서도 이미 수많은 편법, 우회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우회 방법이 검색됩니다.
뿐만 아니라, 차단의 본래 목적인 불법 촬영물 등이 차단 기술을 회피하여 더욱 음지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입은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오랫동안, 더 넓게 유통되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차단 대상인 ‘불법유해사이트’를 규정하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입니다. 법령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린다고는 하지만, 결국 심의 결과를 내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인가와 같은 사람의 주관에 따라 ‘불법 유해사이트
’의 판단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불법 유해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 특정 사이트들이 불법유해사이트로 규정이 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설득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