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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Apr 13. 2019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수의 음원 서비스 중단?

토론 설득에서 효과적인 주장 찾기



얼마 전 일본의 유명 일렉트릭 그룹 ‘뎅키 그루브’의 멤버인 피에르 타키가 코카인을 흡입한 이유로 긴급 체포되었다. 유명 가수의 마약 복용 사실은 큰 충격을 주었고, 뎅키 그루브의 계약 음반사인 소니 뮤직 레이블은 즉시 성명을 발표했다. 계약 아티스트의 체포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 사죄를 드린다는 말과 함께, 해당 음반 및 영상물 출하를 중단하고 회수하며 디지털 음원과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 씨는 자신의 SNS에 반대 의견을 남긴다. 그는 마약을 한 사람의 음악을 듣기 싫은 사람은 그냥 듣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음악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음악을 만든 사람의 죄와 음악 자체는 구별되어야 하며 음반사가 음원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양쪽의 입장은 간명하게 나뉜다. 음반사의 조치가 옳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음악은 만든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매체가 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다른 한편 음악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며 음악이 생산자와 분리되어 지니는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비틀즈나 에릭 클랩튼과 같은 역사적인 팝 가수들 중에 마약을 복용한 적 있는 가수들의 음악이 거리낌 없이 소비되며 칭송받고 있는 현실의 모순을 지적할 것이다. 음악과 같은 작품을 생산자 혹은 예술가와 분리시켜서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과 클럽 버닝썬의 사내이사로서 탈세 및 성접대, 고위 경찰과의 유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위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음원 수익은 이들의 범죄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콘텐츠의 경우, 정준영이 출연한 <해피선데이-1박2일>, <짠내투어> 등의 영상이 사이트에서 제공이 중단되었다. 반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승리와 정준영이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우리는 토론을 할 수 있게 된다. 토론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주장의 형태로 제시될 것이다.


논제 :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수의 음원 제공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이처럼 논제를 정하고 토론을 하게 될 때, 우리는 효과적인 주장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토론 준비 과정에서 자료를 조사할 때 토론자는 수많은 주장과 근거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주장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모두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토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장을 선택해야 한다. 토론자는 수많은 주장 중에서 어떤 주장을 선택해야 할까? 그 기준 역시 수없이 많겠지만 『토론, 설득의 기술』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 가지 기준을 살펴보자.     


1. 심각한 문제를 언급하는 주장
2.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주장
3. 논리적으로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주장   

  

왜 이러한 기준이 설득에 필요한 걸까? 우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토론자가 제기하는 문제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느끼거나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토론자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토론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듣는 사람 자신에게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될 때, 토론자의 말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릴 것이다. 또한 일반적인 청중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 여러 단계를 거쳐 설명해야만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라면 상당히 짧은 토론 시간에 듣는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시키고 우리 편으로 만들기란 너무 어려운 일일 것이다. 



위와 같은 기준 등을 적용하여 주장을 고르고 토론자는 토론을 준비하게 된다. 아마 음원 제공 서비스 중단과 관련하여 찬성 측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언급하여 음악이 소비자 (특히 청소년 층)에게 불건전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청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가수가 저지른 범죄와 상관없이 음반 판매를 통해 가수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수익이 불합리함을 설명할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심각한 문제임을 말할 것이다. 또한 음악을 통해 얻는 예술적 가치는 생산자에 의존적이지 않다고 말하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할 것이다.





설득에 효과적인 주장을 선택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쉽게 설명하여 청중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일은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최고의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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