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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Apr 18. 2019

수술실 CCTV 의무로 달아야 하나?

영향력이 강력한 토론 주장 잡기


병원을 무대로 한 드라마 <라이프>를 보면 문성근 배우가 맡았던 상국대학교 종합병원 부원장이 로봇 수술 기기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집도하게 한 사실이 밝혀져 징계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무면허 영업사원이 어떻게 수술을 할 수 있을까 하며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처럼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맡기고 수술 횟수를 자랑하며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가는 극중 의사의 파렴치함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이 일은 드라마 안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료 기기 영업사원이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했다가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대리수술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국민청원에도 올라온 이 문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었고, 경기도는 2019년 4월부터 경기도립 6개 병원에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수술실 CCTV 설치, 다른 병원들에까지 확대되어야 할까?



이 이슈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들이 첨예하게 맞붙을 수 있다. 환자 및 환자 가족들에게 대리수술 뿐만 아니라 무면허 수술, 성희롱과 같은 수술실 안에서 일어난 범죄는 상당한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찬성 측은 이 문제가 소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임을 주장해야 한다. 또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피해자가 그것이 의료사고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CCTV 자료가 없을 때 얼마나 불리한지에 대해서 청중을 설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크게는 대리 수술과 같이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과 의료 사고 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찬성 측의 핵심 주장이 될 것이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시각화하여 제시한다면 훨씬 더 청중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수술실 CCTV 법제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어떠할까? 특히 의료계는 의료진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환자가 위급하여 적극적인 치료도 불사해야 할 상황에서 의료 분쟁 시 CCTV가 증거 자료로 사용될 것을 의식해서 의사가 소극적인 치료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즉 의사가 치료 방법을 선택할 자유가 불가피하게 침해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술 과정에서 신체 부위 및 수술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힌 CCTV가 유출되어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번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의료 분쟁에서 증거로써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만큼 수술실에 다각도로 고해상도 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은 엄청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일 수 있다.      



이와 같이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장은 여러 가지 쟁점에서 상당히 첨예하게 부딪힐 수 있다. 토론을 준비할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주장과 근거 중에서 영향력이 강력한 주장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영향력이 큰 주장일수록 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반대 주장과 근거 역시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반박이 무서워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주장을 선택한다면 토론자는 청중을 설득할 수 있는 확률이 확 줄어든다. 『토론, 설득의 기술』(231쪽)에 따르면 청중에게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가. 소수 집단의 문제로 보인다. 
나. 실질적인 이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다. 당위적이긴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거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청중의 입장에서 토론자의 주장이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소수 집단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주장에 동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의료 사고가 자신과는 관련 없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거나 혹은 이 문제가 의사라는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토론을 준비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을 주장으로 선택해야 그 주장의 영향력은 강력해진다. 


그리고 CCTV를 설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이익, 또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 청중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해석하여 그들이 예상되는 상황을 쉽게 그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입장을 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대 이익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게 주장을 한다면 우리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성이 터무니없이 낮은 해결책을 내놓는 주장과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는 주장 역시 청중의 피부에 직접 와 닿을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이와 같이 토론 준비 과정에서 청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주장을 피해야, 토론에서 우리 쪽이 많은 표를 얻게 될 것이다. 영향력이 큰 주장을 고르는 것이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인 이유는 바로 토론이 청중을 설득하는 말하기이기 때문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토론에서 주장과 근거를 잡을 때, 실전 토론을 할 때 유의해야 하는 전략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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