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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Apr 24. 2019

한국식 나이, 과연 사라질까?

토론 논제 선정 가이드 #1


2018년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2019년 1월 1일이 되면 몇 살일까?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본 지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아이의 나이를 2살이라고 말한다. 12월 31일에 태어나자마자 아이는 1살이었지만 새로운 해가 되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으니 2살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식 나이’, 또는 ‘세는 나이’는 출생 연도부터 한 살로 치고 해가 지나면 모두가 한 살을 먹는 방식으로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세는 나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쓰이고 있다. 옛날에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몇몇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세는 나이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문화대혁명 시기부터 만 나이만 사용하도록 했고, 일본 역시 1950년에 만 나이 사용을 법제화하여 지금은 만 나이가 일반화된 상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적으로는 만 나이를 사용한다.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하여 매 해 생일마다 1살씩 더해지는 만 나이는 공공문서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또 병역법이나 청소년보호법에서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는 방식의 연 나이를 사용해 우리나라의 나이 셈법은 실로 여러 가지가 혼재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 국회의원이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 사용을 일반화시키는 취지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법률과 공문서에서 만 나이 표기를 의무화하고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나이 계산 방식이 여러 가지라서 생기는 불편과 혼란을 방지하고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계산방법과 통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과 관련해 나이 셈법의 통일이 필요한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자 할 때, 토론에 딱 적합한 논제는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토론, 설득의 기술』은 ‘논제 선정을 위한 체크리스트’(p.305)를 소개한다. 그 중 주제 선정과 관련한 체크리스트 두 가지에 대해 살펴보자.      



논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사회적인 합의가 되지 않은 지식 또는 가치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 (p.306)     



우선, 토론은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되지 않은 문제의 결론을 내기 위해 하는 말하기 방식이다. 그런데 만일 이미 결론이 나와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합의가 되어 있는 사항에 대해 토론을 한다면, 그 토론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 쪽의 입장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셈법에 대한 토론을 한다면 아직 만 나이와 세는 나이 중 한 쪽으로 통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것과 관련한 논제를 설정할 수 있다. 




논제는 많은 사람들이 또는 참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 좋다. (p.307)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토론은 청중의 관심도도 높고, 토론자가 자료를 찾기에도 수월할 것이다. 나이 셈법이라는 주제는 얼마 전에 법안 제출과 관련해 뉴스 및 기사에서 보도되어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주제이기 때문의 토론 논제를 선정할 때 적합한 주제가 될 것이다. 




“만 나이로 나이 계산법을 통일해야 한다.”     


위와 같은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된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우리는 나이 셈법을 통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제출된 법안의 내용과 동일하게 법률, 공문서, 일상생활에서 모두 만 나이를 사용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찬성과 반대 양측에서 합의된 내용이라면 이 주제에 대해서 찬반 주장이 팽팽하게 전개될 것이다.      


우선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토론의 긍정 쪽을 맡게 된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를 사용하면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나 서류를 작성할 때 나이 관련 정보 전달에서 혼선을 줄일 수 있고 의학적, 행정적으로 쓰는 나이와 일상생활에서 쓰는 나이가 통일되지 않아 발생됐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나이로 인한 우리나라의 서열문화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특정 월에 아이를 낳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대하는 입장은 한국식 나이가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라고 주장한다. 또한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들끼리 생일이 다르면 서로 나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 살 차이가 나도 호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밖에 지금까지 의학적, 행정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하고 일상생활에서 세는 나이를 사용해도 큰 혼란이 없이 잘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굳이 큰 비용을 들여 강제로 통일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논제를 설정하는 것 이외에도 토론에서 중요하게 간주되는 핵심 요소들에 대하여 『토론, 설득의 기술』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구체적인 이슈들에 대한 토론식 접근법을 배우는 데에도 탁월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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