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사법기관에서 결정한다면?
최근 한 정신질환자가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탈출하는 시민들을 습격하여 5명이 사망한 진주 방화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고 임세원 교수가 자신이 상담하는 정신질환자에 의해 병원에서 살해당하는 등, 각종 강력범죄사건이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소행으로 밝혀짐에 따라 정신질환자 관리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가족 및 이웃에 의한 수차례의 신고가 있었으나, 관련 기관들은 그때마다 강제입원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본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의 강제입원은 사후적으로 법적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며, 소위 ‘뒤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제입원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여 결국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의협에서는 이와 같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고, 정신질환자에게 보다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인권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법입원제도 왜 문제가 되었을까요?
오늘의 논제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사법입원제도란 의사의 주도하에 강제입원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의견 하에 법원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로 미국 및 유럽에서 운용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적 보호자가 강제 입원을 신청하면 이를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기반하여 종국적으로는 법원이 환자의 상태 및 가족의 지지환경 등을 고려하여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강제입원(비자의 입원)은
1) 보호자 2명이 신청하고 전문의 2명이 일치된 판단시 이루어지는 ‘보호입원’,
2) 전문의 또는 경찰이 지방자치체에 입원을 요청하여 이루어지는 ‘행정입원’,
3) 전문의와 경찰의 동의를 받아 입원을 의뢰하는 ‘응급입원’ 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복잡한 절차 및 사후 법적분쟁가능성, 민원발생가능성 등의 책임문제로 본인동의 없는 강제입원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입니다. (일례로 가족의 동의하에 본인동의 없이 강제로 구급차에 승차시켜 입원시킨 사설구급업체 관계자는 공동감금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의사협회는 이러한 문제가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한다면 법원이 입원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신속한 판단과 동시에 환자의 인권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장과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중증정신질환의 경우 초기에 그 증상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늦어도 증상이 악화되는 급성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회복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강제입원은 집중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강제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진 이후로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비율은 점점 낮아져 지난해에는 37.1%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본인의 동의가 없이는 사실상 강제입원의 길이 막혀있는 반면, 상당수의 중증정신질환자는 입원치료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법입원을 도입하여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고 있거나 방치되고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사건은 2013년 2433건에 그쳤으나, 해마다 증가하여 2017년에는 3706건에 이릅니다.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는 마치 ‘묻지마 범죄’와 같이 개연성이 없이 발생하여, 그 위험성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합니다. 그러나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는 초기 혹은 위급시의 시기적절한 치료 조치인 강제입원을 통해서 예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이 “현행 강제입원 절차는 지나치게 까다롭고 위기 상황에 적절히 작동하기 어렵다”고 밝혔듯이, 현재의 강제입원절차는 중증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에 대한 예방책으로서 기능을 상실하여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 절실합니다.
또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특히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최근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강력사건의 가해자가 앓고 있던 ‘조현병’은 실제보다 그 위험성이 과장되게 알려져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없는 조현병 환자들 역시 기피대상이 됐습니다. 전문가에 의해 타인에 대한 위해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을 통해 범죄를 예방함으로써,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행 강제입원제도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책임을 그 가족 혹은 의사와 같은 개인에게 부과합니다. 중증정신질환자의 가족이 그 구성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제입원을 결심해야 하는 등 가족의 책임과 권한이 지나치게 큽니다. 그런데 30, 40대 정신질환자의 부모는 연로해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고, 대부분 가족이 서로 떨어져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이 환자의 치료를 책임지기 어려운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의 사정으로 인하여 강제입원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번 사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면 관리책임을 지는 그 가족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또한 의사 역시 자칫 법적인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강제입원 조치를 최종 결정하기에 부담스럽고, 의학적 판단 외에 다른 환경적 요인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법입원제도는 강제입원의 최종 결정을 법원이 내리는 제도로서, 가족과 의사의 부담을 덜어주어 궁극적으로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하여 그간 개개인이 짊어졌던 사회적인, 법적인 책임을 국가가 대신 짊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기존에 의사가 판단해서 입원시키면 되는 제도가 판사에게 설명하고 입원시키는 과정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인권 역시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제입원은 환자를 정신병동에 감금하여 집중치료를 행하는 방법으로 이전부터 인권침해 논란이 많았습니다. 정신질환자는 국민으로서 정당한 사유없이 감금되지 않을 권리를 지고, 또한 다른 질병을 앓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자기결정권을 지닙니다. 이러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의 동의 없는 강제입원은 최대한 신중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강제입원은 주로 보호자 2인과 전문의 2인의 일치된 결정으로 이루어져 강제입원의 최종적 결정권이 가족과 의사에게 있는데, 이는 정신질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가족의 의견과 전문적 지식을 지닌 의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절차입니다. 또한 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최종적 결정권을 당사자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 가족과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의사가 아닌 법원이 지니는 것은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학과 정신과 연구에 따르면 감금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의 치료보다 강제입원을 통한 치료가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은 아직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강제입원은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허용되지 않아야 하는데,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통해 치료목적보다는 범죄 우려에 따른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강제입원 여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형벌의 한 종류인 구속과 비슷한 형태인 강제입원을 단지 범죄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 손쉽게 처분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예상 범죄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범죄 전에 선제적으로 처벌하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은 과장되어 있습니다. 2011년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의 범죄율은 1.2%인 반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로 15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 등에 따르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제외하면 공격성이나 잠재적 범죄가 일반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은 없습니다. 그리고 일부 정신질환이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충동성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문 데다 타해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절대 다수의 정신질환자는 오히려 일반인보다 범죄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언론 등의 잘못된 조명으로 ‘정신질환자=잠재적 범죄자’의 편견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대중의 안전을 강조하여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편견의 산물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편견은 사법입원제도를 통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여전히 부정적 뉘앙스를 갖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에 더하여, 법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증받은 잠재적, 예비적 범죄자로서의 낙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편견의 강화는 사회적 올바름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 개인에게도 큰 상처를 주어 사회에 복귀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처럼 사회적 편견이 만연한 현재 상황에서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그 편견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사법입원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서구권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의 사법 및 의료 인력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판사는 부족한 실정이어서 그 과로가 항상 지적됩니다. 서울중앙지법 기준 판사 1인당 사건 처리 건수가 1200여건에 달할 정도입니다. 또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대법원에서 법관 1인당 처리한 사건 수는 3402.5건, 지방법원은 674.6건, 고등법원은 122.5건에 이릅니다. 가장 기본되는 업무인 재판사건조차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마당에, 사법입원의 최종결정의 책임까지 부과하는 것은 ‘날림’ 사법입원제도를 초래할 것입니다.
또한 OECD에 따르면 정신장애 관련 입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강제입원을 하더라도 입원한 병원에서 그를 보살필 의료 인력이 부족합니다. 주상현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에 따르면, 정신보건센터 복지사 한 명당 환자 20명을 돌보는 것이 적정하지만, 서울에선 50~100명을, 이번 사건이 있었던 진주의 경우 복지사 1명당 무려 185명의 환자를 담당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령 사법입원 제도가 도입되어 강제입원자가 증가한다 할지라도 그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은 명백합니다.
찬성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에 관한 찬성 혹은 반대의견 중 어느 쪽 의견이 보다 설득력있어 보이나요? 여러분의 입장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