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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May 14. 2019

토론주제 #8 스크린 상한제

어벤져스 열풍! 불붙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최근 어벤져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인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개봉 10일만의 1천만 관객 달성이라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최단기간 달성 작품이었던 『명량』(11일)보다도 짧은 기록입니다. 사전 예매량 사상 최다, 개봉일 역대 최다 관객 등의 기록도 달성하며 대부분의 극장에서는 최근의 극장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상영시간표를 어벤져스4로 도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영 점유율이 80% 이상을 유지하고, 다른 영화들은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되자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뜨겁습니다. 스크린 독과점, 스크린 상한제에 대한 논쟁은 마블의 새 영화가 개봉할 때 마다 매번 불거지고 있는 문제인데요.

스크린 상한제, 왜 매번 논란이 되는 걸까요?




토론해봅시다!


오늘의 논제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스크린 상한제란 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수년째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가 흐지부지되기를 반복되어 왔는데요. 2016년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발의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류안’, 일명 ‘영비법 개정안’은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주요 시간대인 오후 1시부터 11시 사이에 한 영화의 상영 비중이 전체의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 역시 최근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자 한다고 밝혀 스크린 상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의 발전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스크린 상한제의 도입을 반기고 있습니다. 반면 스크린 상한제가 과도한 규제이며, 관객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크린 상한제 도입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 측의 주장과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찬성 :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찬성 주장 1. 관객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어벤져스:엔드게임』 개봉 이후, 관객은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벤져스4 개봉일 스크린 점유율은 무려 80.9%였습니다. 특히 관객이 많은 오후 시간대의 경우,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모두 어벤져스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어벤져스에 많은 관객이 몰리자 그 이전에 개봉했던 『미성년』, 『생일』과 같은 국내 작품은 여전히 찾는 관객들이 있음에도 상영이 종료되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한 극장에서는 상영 예정이었던 다른 영화의 상영을 취소하고 어벤져스를 상영해, 기존의 다른 영화를 예매했던 고객들은 예매를 취소당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다른 영화들도 개봉했지만 조조나 심야시간 위주로 편성되거나, 상영관 자체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도저히 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한 관객은 “『생일』을 너무 감명깊게 봐서 다시 한 번 보려고 했는데 온통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도배가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찬성 주장 2.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입니다.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 국내 대형 배급사의 영화는 튼튼한 자본력으로 개봉일부터 많은 상영관을 독점하며 흥행몰이를 합니다. 특히 배출하는 시리즈마다 흥행을 기록해온 어벤져스가 개봉할 때가 되면, 소형 자본의 영화는 스크린을 확보하지도 못하고 개봉일을 늦추는 일이 많습니다.

어벤져스4 개봉일인 4월 24일, 상영 작품은 총 123편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영관이 어벤져스 상영에만 집중하느라 주요 시간대에 제대로 상영조차 해보지 못한 영화도 많습니다. 이런 현재의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한국 영화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대형 상업 영화만 남아 한국 영화 산업은 퇴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찬성 주장 3. 스크린을 독점하지 않아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습니다.


사진=나무위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 운영위원인 배장수 대변인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스크린을 과도하기 많이 잡지 않아도 잘 만든 영화는 관객의 선택을 받는다”고 합니다.

천만 영화인 『변호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개봉일 상영점유율은 각각 13.2%, 18.4%로 10%대입니다. 천만 관객을 달성한 국내 영화 『국제시장』, 『해운대』,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역시 20%대의 점유율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20%대의 점유율로도 얼마든 흥행을 이루어낼 수 있는데도, 시작부터 80%가 넘는 스크린을 독점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형적인 모습입니다. 다양한 영화들이 적정한 스크린을 배정받아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더 많은 흥행작, 더 많은 천만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반대 :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선 안 된다.


반대 주장 1. 인기 영화의 예매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한국은 유독 ‘마블’ 영화,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나라입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개봉일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으며,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영화를 볼 때까지 SNS를 끊겠다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IMAX와 같은 특별관 티켓은 연이은 매진으로 암표로 거래되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하여 티켓의 수가 줄어든다면 인기 영화의 예매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암표와 같은 불법행위도 늘어날 것입니다. 인기 있는 상품일수록 수요가 크고, 그만큼 공급의 수를 늘리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영화 팬들이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기에 볼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것은 극장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반대 주장 2. 영화관 운영에 경제적 피해를 줍니다.



『극한직업』 이후로 별다른 흥행작이 없었던 영화관의 입장에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놓쳐선 안될 중요한 흥행작입니다. 사전예매만 200만을 돌파한 작품, 80% 이상의 스크린을 점유함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 규제로 인해 스크린을 축소해야 한다면, 영화관은 큰 손실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연합뉴스의 4월 30일자 기사에 따르면 어벤져스4가 개봉하기 전, 3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영화 『생일』은 총 관객을 113만명 동원하였으나, 어벤져스4는 개봉 하루 관객수만 134만명을 기록하였습니다. 어벤져스4로 4월 24, 25일 이틀간 매출액만 168억4천만원에 달하는데 비해, 그 전주 같은 기간인 17~18일 이틀간 전체 영화를 통해 거둔 매출액은 20억 7천만원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벤져스와 같은 대형 흥행작을 규제한다면 영화관의 운영에도 큰 피해가 될 것입니다.




반대 주장 3. 규제가 아닌, 질 좋은 영화 생산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벤져스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어벤져스 영화가 매진되어 자리가 없다고 해도, 다른 영화를 대신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차라리 다른 날짜, 다른 시간에 영화를 볼지언정,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차선책으로 고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영화의 흥행 실패는 스크린 독과점 때문이 아닌, 그 영화 자체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4월 말,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개봉하기 전에는 『미성년』, 『생일』, 『요로나의 저주』, 『헬보이』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했지만, 특별히 흥행한 작품은 없었습니다. 그 중 그나마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생일』도 앞서 말씀 드렸듯이 11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스크린 상한제를 통해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막는다고 해도, 그것이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질 좋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한국 영화 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규제가 아닌 질 좋은 영화,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입니다.





스크린 상한제 도입 논란, 정리해볼까요?



스크린 상한제의 핵심은 다양성 및 선택권 보장에 있습니다.
수년째 논쟁만 되고 해결되지 않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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