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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May 22. 2019

토론주제 #9 게임중독 질병

WHO 게임중독 질병 지정 논의, 생각해봐야 할 것은?

수년 전, 게임중독이 불러오는 폭력성을 증명하겠다며 한 기자가 PC방에서 차단기를 내려버린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 뉴스는 여전히 인터넷상에서 많은 이들이 기억하며, 유머 소재로 사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 과몰입을 겪고 있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PC 게임 못지않은 고성능의 스마트폰 게임이 출시되면서 컴퓨터 앞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내의 온갖 매체에서는 게임중독의 유해성에 대해 수시로 강조를 하고 있는데요. 최근 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게임중독, 질병으로 지정해야 할까요?




토론해봅시다!


오늘의 논제
‘게임중독, 질병으로 지정해야 한다.’


WHO는 이달(5월) 20~28일 동안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지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정식 등재되면 세계 각국은 2022년부터 WHO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병코드 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게임중독이 알코올중독과 같이 질병으로 분류되어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편성되고, 정신과에서 ‘게임중독’이라는 병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게 되는 것이죠.



WHO는 게임중독을 ‘게임이 다른 일상에 비해 현저하게 우선적’이고,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과도하게 사용’하며, ‘게임에 대한 조절력을 상실’하는 등의 증상이 12개월 이상 반복되어 일상에 지장을 주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각 처에서도 여전히 이에 대한 입장이 분분한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WHO가 최종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는데요. 의료계에서는 이에 지지를 보내는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게임중독,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찬성과 반대 양 측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찬성 : 게임중독, 질병으로 지정해야 한다.


찬성 주장 1. 게임 중독으로 인한 피해나 범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스마트폰 게임 아이템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20대 남성이 2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육아로 인해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아이가 울자 게임에 방해된다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의 얼굴과 머리를 폭행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게임을 하느라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어 죽도록 만든 부모,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부모를 살해한 아들,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쌓인 스마트폰 소액결제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 등, 게임에 과몰입하여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를 입은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 아주 흔하게 들려옵니다.

이런 행동은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범죄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찬성 주장 2. 적절한 예방 및 조기 치료가 필요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게임중독자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도파민이 뇌에 계속 분비되는데, 이 도파민의 과다 분비로 인해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고, 뇌의 다른 부분에도 변형이 생겨 일반적인 보상에 대한 흥미를 덜 느끼게 됩니다. 그로 인해 특정 행위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WHO 행위중독 대응 TF 한국위원인 이해국 교수는 “사회나 군대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과를 찾는 20대 초반 환자의 상당수가 청소년기 게임중독에 빠졌던 이들이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잃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청소년과 아동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고, 그로 인해 신체적인 변화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중독에 대한 ‘막연하게 부정적’이기만 한 현재의 태도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찬성 주장 3. 게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콘텐츠 수출 사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규제는 제법 높은 수준이고, 사회적으로도 게임이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게임중독’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막연하게 ‘많이 하면 안좋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입니다.

게임중독 질병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는 기준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중독을 유발하는, 사행성이 짙은 게임 구조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다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고 게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 것입니다.







반대 : 게임중독, 질병으로 지정해선 안 된다.


반대 주장 1. 게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게임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정의준 건국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도권의 초‧중‧고교생 2,000명에게 조사한 결과, 게임 중독의 주된 원인으로 자기 통제력 상실, 부모의 영향력, 학업 스트레스를 꼽았다고 합니다. 청소년기의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게임에 더 빠져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한다면 ‘게임’ 자체를 원인으로 규정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 게임을 하는 행동을 막는 일에 집중하도록 만들 것이며, 이는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닙니다.



반대 주장 2. 게임중독을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합니다.


일부에서는 게임에 중독된 사람의 신체적 증상이 마약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를 증명하는 수치들이 낮아 학계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주제입니다. 게임 중독은 혈중알코올농도처럼 명백히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도 없고,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된 문제도 아닌 만큼 치료 방법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10대부터 60대까지의 게임 이용자 비율이 무려 70%에 달합니다. 게임을 이용하는 빈도나 시간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전 국민의 상당수가 일상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다면, 전 국민이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반대 주장 3. 게임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산업입니다. 그러면서도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가 있고, 여러 부정적인 편견이 강한 나라인데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된다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때 동성애나 청소년 가출, 성전환 등이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그에 대한 차별이나 규제가 심해졌던 것처럼,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보고서에서는 이번 WHO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2023년부터 3년간, 한국 게임 산업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가 최대 1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 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게임 산업 발전에 치명적일 것입니다.




게임중독 질병 지정 논란, 정리해볼까요?



현재 상황에서 WHO의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아주 높아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발전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양 측의 의견은 충분히 검토되어야만 합니다.

여러분은 게임중독을 질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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