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얼디베이트 May 08. 2019

유튜브 어린이 영상 댓글 차단, 효과 있을까?

실전 토론에서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엄마가 만들어 준 브런치’ 먹방, ‘이모가 사 준 쌀과자’ 등의 먹방을 선보이는 초등학생 유튜버 띠예. 자신이 직접 띠예의 유튜브 방송은 몇 십 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인기 콘텐츠이다. 한동안 랜선 이모들과 삼촌들의 재기 넘치는 댓글로 인해 더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띠예는 본명이 지예구나... 이모는 회사에서 노예야...”


“띠예 의사될 때쯤이면 달콤이들[띠예 유튜브 방송 구독자들을 일컫는 애칭]은 오늘 내일 하고 있어요~”     


이와 같이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유튜버와 수많은 구독자들의 소통 창구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 이용자들 간의 소통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런데 2019년 3월 갑자기 띠예와 같은 초등학생 유튜버 영상의 댓글창이 막히게 됐다. 댓글을 볼 수도, 댓글을 달 수도 없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유튜브는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영상이 소아성애자에게 악용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어린이 영상의 댓글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이는 소아성애자들의 음란물 공유에 유튜브가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유튜브 측의 조치였다. 얼마 전 유튜브 크리에이터 매트 왓슨은 소아성애자들이 유튜브의 영상 추천 시스템을 통해 어린이들이 나오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영상의 댓글로 SNS 연락처와 음란물 링크를 공공연하게 공유하고 있으며 그런 영상들에는 대기업 광고가 붙는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폭로로 인해 디즈니, 네슬레 등의 다국적 기업이 유튜브에서 광고를 철수했다.      


유튜브의 CEO인 수잔 보이치키는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필터링 시스템을 활용하여 미성년자가 나오는 영상의 댓글을 원천 차단하는 방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유튜브 어린이 영상 댓글 차단 조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의 이러한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통수단으로서 댓글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가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며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어린이가 출연하는 영상을 골라내는 유튜브 자체의 필터링이 명확한 기준 없이 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로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나오는 영상에 댓글 차단 조치가 적용됐는데, 바로 유튜브가 인공지능을 통해 이미지 필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주호민 작가를 어린이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튜브의 필터링 오류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반면에 이 댓글 차단 조치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력적인 언어가 댓글에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조치를 통해 유튜브에 아이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이 댓글 차단 조치가 어린 아이들이 공개적인 인터넷 공간에서 안전을 근본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의견이 대립하는 곳에서 토론은 시작될 수 있다. 유튜브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영향력 있는 매체에 대해 사람들은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어린이 영상에 댓글을 차단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와 같은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사실 상대편 토론자를 설득하기 위해 상대측의 논리적 모순 등 약점을 찾아내서 공격하는 방법은 토론에서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각 토론자는 토론을 준비하면서 주제에 대한 명확한 주장과 근거를 가지게 되었고 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우리의 공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토론자가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 토론에서 이기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토론, 설득의 기술』실전 토론에서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219-220쪽)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1. 잘 듣는 것은 어렵다.     


우선 우리가 토론을 하는 내용에 대해 청중은 잘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청중이 토론 내용에 대해 집중해서 듣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토론자는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서 청중이 잘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 유튜브가 소아성애자들에게 악용되는지와 같은 배경 설명을 비롯하여, 청중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계속해서 우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주호민 작가가 겪은 에피소드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을 만한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관한 이야기 등 활용할 만한 소스를 많이 생각해내는 것이 좋다.     



2. 토론을 보는 사람들은 평가하지 않고 투표한다.     


토론을 듣는 청중들은 세세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우리의 토론을 하나하나 분석하지 않는다. 청중은 유튜브 댓글 차단 조치에 관한 주장과 근거, 입증과 반증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이 토론의 전체적인 인상이나 자신에게 기억에 남았던 순간 혹은 말들로써 한 쪽에 투표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토론자는 청중이 우리 쪽에 표를 던지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계획을 짜야 한다. 이를테면 청중이 유튜브에 대해 평소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공략하여 충격을 주는 주장을 내세우거나 반론에서 인상적인 표현 등을 활용하여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3. 토론의 본질은 내 주장에 동의해 달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 측 주장의 모순을 찾아 그것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장을 청중에게 이해시키고 동의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유튜브 영상의 댓글 차단 조치가 왜 실효성이 없는 것인지, 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지를 각 팀에서 효과적으로 설득하여 청중이 동의하게 만들면 그게 바로 토론에서 이기는 정석의 방법이다. 




이 세 가지는 바로 실전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우리의 주장과 근거를 효과적으로 설명하여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 바로 토론이며, 『토론, 설득의 기술』은 이러한 진짜 토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신미약 감경, 꼭 필요한 제도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