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얼디베이트 Jul 16. 2019

서울시민 온라인 토론 : 길냥이 보호조치

정책토론 ‘비용 대비 편익’ 쟁점 대비책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의사는 정책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국민의 뜻을 묻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존재한다. 현재 청와대에서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서명한 청원한 건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가 답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는 ‘민주주의 서울’이라는 이름 아래 ‘시민토론’이라는 온라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공간에서는 시민들이 제안한 논제로 온라인 토론이 이루어진다. 찬성과 반대를 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5천 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하게 되면 박원순 시장이 답변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시민토론에서는 “보건소에서도 난임주사를 맞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와 같은 주제를 내걸고, 보건소에서도 난임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책논제의 형식으로 찬반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제일 최근에 시민 제안으로 나온 논제는 “재개발, 재건축시 길고양이 보호조치를 만들면 어떨까요?”였다. 재개발, 재건축시 길고양이 보호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 정책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은 약 한 달 정도였다.      



온라인 토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서울시에서는 이 논제의 배경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도시정비사업 추진 구역은 597개소라고 한다.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사람이 사는 공간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서식지 역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특히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익숙한 삶의 터전이 재개발, 재건축의 이유로 사라지게 되면 먹이를 쉽게 구하기 힘들어지고 공사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기 일쑤다. 그런데 재개발, 재건축을 할 때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자원활동가나 동물활동단체 중심으로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활동을 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용 출처 : https://democracy.seoul.go.kr/front/discussion/view01.do?sn=184620



이런 문제가 배경이 되어 토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재개발, 재건축시 길고양이 보호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길고양이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생태적 관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도시정비 사업이므로 제도적 정비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이에 대해 길고양이 보호 조치 의무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도시정비사업에 또 하나의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며, 이 조치를 취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서울시 온라인 시민토론은 토론의 배경 및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장을 균형 있게 보여주며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토론에는 여러 가지 쟁점이 있다. 쟁점이란 토론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쟁점에 대해 찬성과 반대 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며 논제 수용 여부에 대해 다룬다. 예를 들어 길고양이 보호 조치가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찬성 측은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반대 측은 실현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너무 많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관한 쟁점이다. 


여기에서는 ‘방안의 비용 대비 편익’ 쟁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쟁점에서는 찬성 쪽에서 필요하다고 본 길고양이 보호 조치를 시행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나 이익에 관해 양측이 대립하게 된다. 반대 측에 서 있는 이들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 것이며, 이 비용을 들이는 만큼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이들이 구체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산정한 비용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때 찬성 쪽에서는 정면으로 반박하기 어렵게 된다. 



『토론, 설득의 기술』에서는 긍정 측이 비용에 대한 반박에 수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당위적인 가치 실현으로 맞서야 한다는 실전 토론 팁을 알려준다. 수비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은 ‘현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는 부정 측의 주장에 대해 ‘그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로 방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되면 부정 측은 ‘이러 저러한 측면에서는 어쨌든 지금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 아니냐?’며 계속 공격을 할 것입니다. 이런 구도로 토론이 계속 이루어지면 긍정 측의 주장이 부실한 것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따라서 긍정 측은 비용에 대한 방어를 하기보다는 당위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긍정 측이 주장한 대안·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부각하는 것입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77쪽)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당위적으로 접근하고, 이 생태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용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게 된다. 따라서 긍정측은 청중에게 길고양이 보호조치의 가치와 궁극적 목적을 강조하여 확실히 긍정측이 수호하는 가치를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이와 같은 방법 외에도 실전 토론에 유용한 팁들을 여러 사례를 통해 쉽게 알려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시 학원 일요일 휴무제, 도입되어야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