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토론 노하우 : 우리 주장의 장점 강조하기
2018년 숙명여고에서 일어난 한 사건은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숙명여고의 교무부장에 재직하던 교사의 쌍둥이 딸들이 갑자기 성적이 올라 각각 문과·이과 전교 1등이라는 시험 성적표를 받게 된 과정에서 내신 시험지 유출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던 일이었다. 이 쌍둥이 학생들의 급상승한 성적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사 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학생 및 학부모의 항의로 이어졌고, 지금은 아버지와 쌍둥이 딸들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내신 성적이 대학 입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 교육 제도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는 이 사건은 성적 평가가 불공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교사가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는 경우에 직·간접적으로 자녀의 성적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교육부는 전국 모든 국공립고에 교사 상피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두산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에 따르면, 상피제는 원래 관료체계 내에서 원활한 운영 및 권력의 집중, 전횡을 막기 위해 일정범위 내의 친족 간에는 같은 관청, 또는 통속관계에 있는 관청에서 근무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부모의 자녀 성적 조작 및 개입을 방지하려는 취지의 일환으로, 교사 상피제는 교사가 자녀가 다니는 고교에 재직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교사 상피제 도입에 찬성하는 굵직한 주장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교사 상피제를 통해 학사 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 고등학교 학업과 생활 전반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다 보니,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행여나 부모 교사가 자신의 자녀의 성적을 편파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동료 교사가 객관적인 학사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교사 상피제를 실시하여 아예 문제가 생길 여지를 없애는 것이 좋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 기초하여 내년부터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교사 상피제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은 교사 상피제 전면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교사 상피제에 반대하는 입장은 교사들을 자녀의 성적에 개입하는 것이 당연한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며, 교사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제도를 내세우는 것보다 교육과정과 학사운영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신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문제 상황에서 우리는 찬반 토론을 통해 교사 상피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교사 상피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라는 논제로 토론을 할 때, 우리는 흔히 상대측 주장의 단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한다. 상대측의 단점을 많이 지적할수록 상대적으로 자신의 주장이 더 나아 보일 것이고, 이로써 토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없다.
이런 방법으로 토론을 이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토론은 상대방의 주장이 잘못 되었거나 부족하다고 논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방안이 옳거나 효과적이기 때문에 채택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비판하기 위해 상대측 주장의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상대측의 주장을 더 잘 기억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 265쪽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측 주장보다 우리의 주장을 더 많이 언급해야 한다. 청중은 우리가 하는 토론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 없다. 청중은 더 많이, 더 자주 들은 내용을 더 잘 기억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 주장의 장점과 유용성을 더 많이 언급해야 한다.
찬성측에서는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는 교사 상피제가 학사비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그 유용성을 주로 언급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측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대의 주장에 대한 비판은 짧고 명확하게 한 후에, 교사와 학생의 인권을 우선시하는 것이 왜 옳은지를 더 중요하게 언급하면서 우리 주장을 설득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 주장이 왜 옳고, 필수적인지, 어떤 점에서 이익이 되는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여 설득함”으로써 청중과 심사위원이 우리 주장에 익숙해지고 쉽게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전 토론에서 아주 중요하다. ( 『토론, 설득의 기술』 , 268쪽 )
『토론, 설득의 기술』은 청중과 심사위원을 설득하여 결국 토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핵심적인 노하우를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