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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Apr 10. 2020

사회적 거리두기와 고3 모의평가, 양립할 수 있을까

토론, 반박할 때 인용하기

2020년 봄,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중이다. 4월 2일 종료 예정이었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2주간 더 연장된 상황이다. 단기간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해서 코로나19의 확산을 최대한 막자는 취지에서다. 많은 국민들이 모임을 미루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 머무르고 있다. 그에 따라 학생들의 등교도 제한되고 개학이 미뤄졌다. 이제 대입 수학능력시험 대비가 아무래도 더 급한 고등학생부터 온라인으로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수능 시험도 2주간 미뤄진 상황이다. 당초 3월 12일로 계획되어 있었던 3월 모의평가 시험 역시 4월 24일로 미뤄졌다. 그리고 원래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든 고등학생이 보는 시험이지만, 일단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만 등교하게 하여 오프라인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고3 학생들이 등교하여 모의평가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책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다.     


 

고3 모의평가 등교 시험을 치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학생 및 가족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행여나 등교 시험을 통해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가 확산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등교 시험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고3 수험생들의 학업에 차질을 빚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모의평가야말로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에 대한 방향성을 잡게 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시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등교 시험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 차이는 현실 상황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른 데서 기인한다. 한쪽 편에는 현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므로 안전을 최우선시해서 등교시험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고, 다른 편에는 향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고3 학생들의 학업권을 챙겨야 한다는 판단이 있다.       



이처럼 현실상황에 대한 생각이 대립하는 데서 토론이 시작된다. 그런데 토론을 하다 보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데 집중하다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중도 마찬가지로 두 편의 이야기를 모두 집중해서 듣기란 참 어렵다. 특히 반박을 할 때에는 더욱 그러한데, 청중이 한 쪽의 주장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면 반박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바로 ‘인용’을 하는 것이다. 상대측 주장에 반박을 하기 전에, 반박하고자 하는 그 부분을 정확히 인용해서 청중에게 어떤 주장 혹은 근거에 대한 반박인지를 인지시킨다.     



이러한 인용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1. 청중의 이해를 도울 수 있고, 2. 우리 측의 반박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다.     


반박을 할 때에 상대방의 주장을 요약해서 말한다면 청중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토론을 할 때에는 양측이 각각 두세 가지의 주장을 하고 하나의 주장에 대해서 두세 가지의 근거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토론을 잘 따라오고 있는 청중이라도 수없이 오고 갔던 말들 중에서 어느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는지 단번에 떠올리긴 어렵다. 따라서 반박을 할 때에는 반박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주장 및 근거를 문장 그대로 옮겨서 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3 모의평가 등교시험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라는 논제로 토론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반박 과정에서 ‘아까 찬성 측에서 말한 비용에 대한 우려는’ 이라고 요약해 말하기보다는 ‘아까 찬성 측에서 등교 시험을 통해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와 같은 식으로 말해야 어떤 주장에 대한 반박인지, 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청중에게 정확히 인지시킬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나아가 우리 측의 반박 주장과 반박 근거가 더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청중이 긍정 측 주장의 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부정 측 토론자가 아무리 날카로운 지적을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략) 우리 측의 반박 근거가 상대측 주장보다 논리적이고, 설득적이라면 상대측 발언을 인용하여 반박하는 것이 청중에게 더 크게 와닿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비교해 반박 주장이 더 타당하게 여겨진다면 상대측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론, 설득의 기술 263-264쪽)     


이처럼 청중이 비교되는 두 주장과 근거를 제대로 판단해서 우리 측의 반박 주장을 더 타당하게 생각한다면, 인용은 아주 효과적으로 청중을 설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토론, 설득의 기술』은 토론의 입론, 반론 및 교차조사 단계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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