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의 책임과 반증의 책임
토론을 준비하다보면 한번씩 꼭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죠.
찬성측과 반대측, 어느쪽이 더 유리할까?
생각해보면 토론논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찬성과 반대의 유리함이 나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론논제는 기본적으로 공평하게, 특정 팀이 유리하지 않도록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도 토론을 하다보면
아, 왠지 찬성측한테 너무 유리한거 같아, 반대측에 너무 유리한데?
하는 생각 사람이라면 안해볼 수 없겠죠 ㅎㅎ
'토론'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
토론대회에서 찬성측과 반대측 중 좀 더 '마음 편한'쪽은 반대측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모든 토론대회가 모두 이렇다!라는 것이 아니라, '구조상'의 이야기입니다)
토론은 현재 상황, 현 제도에 문제가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주장하는 쪽이 대부분의 경우 '찬성측'이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 느끼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찬성측 토론자가 설득해야 하는 '청중'은
좀 더 '반대측 토론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찬성측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청중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설득해야 하죠.
변화가 필요함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것을 바로 '입증의 책임'이라고 해요.
토론은 승/패가 명확합니다.
그런데 심사 결과 무승부로 점수가 결론이 난다면?
그런 경우, 반대측의 승리로 판정됩니다.
찬성측의 '입증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만 보면 찬성측의 어깨가 굉장히 무거워보입니다.
반대측에게도 '반증의 책임'이라는 것이 존재 합니다.
찬성측의 주장하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음을 반증하고
변화가 이루어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비용과 불이익이 더 많음을 반증해야하죠.
찬성측이 불리한 것 같다구요?
찬성측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을 감안하여
형식토론의 진행 순서상, 찬성측은 먼저 첫번째에 발언하고, 또 마지막에 발언합니다.
첫번째 입론을 찬성측이 하고,
마지막 반론도 찬성측에서 하는거죠.
처음과 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말도 있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반론하면서 자신의 주장으로 끝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측과 반대측이 공정한 스타트라인에서 시작할 수 있기 위한
구조적 배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찬성측과 반대측, 어디가 더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지는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토론 논제가 제대로 정해지기만 했다면
토론대회에서 찬성측과 반대측의 승률은 반반이라고 할 수 있죠.
더 많이 준비하고 열심히 연습한 팀이 결국은 우승을 할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