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본적인 욕구에 각 정권마다 부동산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 냈는데, 주택보급 그중에서도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의 보급은 늘 정권의 화두였다.
임대주택은 이름도 다양해서 기존 국민임대나 영구임대아파트부터 매입임대주택, 행복주택 그리고 뉴스테이까지 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인데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임대주택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상당하다.
특히 임대아파트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사실 그 제도와 취지는 상당히 좋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보는 시각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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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엉클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모자가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돌보게 된 엉클. 원치 않게 모자의 구성원이 된 엉클이 편견으로 뭉친 분양아파트 주민들에 맞서고 임대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지숙이 쓰고 지영수, 성도준이 연출한 본 드라마는 21~22 겨울 시즌을 훈훈하게 녹이고 있는 중이다.
△ 이미지 출처 : TV조선 홈페이지
Scene
가정폭력을 피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모자. 그러나 첫날부터 차별이 시작된다. 바로 임대아파트 주민은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데...
“아니 글쎄 안 된다니까요. 임대아파트는 이리 못 지나가요.”
“몰랐어요. 아저씨. 한 번만 지나갈게요.”
이를 지켜보는 분양아파트 엄마들 임대아파트 사는 사람이 무슨 죄냐고 하면서도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정문으로 지나다니는 것은 싫다고 한다.
“아유 짜증 나. 임대아파트 사는 애가 또 우리 학교로 전학 오는 건가?”
“자율학교라 이거지. 임대아파트 때문에 집값이 안 오른다니까.”
△ 이미지 출처 : 방송화면 캡처
한편 단지 내 공원 의자에 앉아 있는 엉클을 상대로 공원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하는 분양거주 주민들.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공원과 놀이터는 자신들이 관리비를 내는 것이기에 임대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저기요. 놀이터에서 나가주시겠어요? 임대아파트 주민은 이곳 놀이터 이용하시면 안 돼요.”
“왜요. 저기 막혀있지도 않던데.”
“규칙이 원래 그래요. 규칙이.”
“무슨 규칙이요?”
“이곳 놀이터 관리비는 저희 분양주민들이 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용도 이곳 주민들만 이용해야 돼요.”
“난 자꾸 그 임대임대 이상하게 들리네. 돈 많아서 이런 데 사니까 좋으시겠어요. 근데 여기 사나 저기 사나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살아요.”
△ 이미지 출처 : 방송화면 캡처
Explanation
극 중 보이는 분양아파트 주민들의 행태는 극히 일부이거나 약간의 과장이 섞여있다. 그러나 이런 왜곡된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는 사회분위기는 여전한 것 또한 사실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임대아파트는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 그리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 등으로 갈 곳을 잃거나 갈 곳이 없는 국민들이 그나마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임대아파트에는 수준 낮은 사람들이 살 것이라는 오해부터 깨끗하지 못하고 불결하다는 편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피력하기도 한다.
소설가 김윤영은 ‘철가방의 추적 작전’이라는 자신의 소설에서 임대아파트 애들이랑은 놀지 말라는 교수에 대한 이야기기 묘사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오던 불편한 진실이 아닐까?
물리적으로 분양아파트에 비해 임대아파트는 부실한 마감재로 인한 생활소음문제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심야의 세탁기 돌리는 소리, 부부싸움, 망치질 소리 등 제어되지 못한 각종 소리들이 옆으로 위아래로 퍼지게 되어 이웃 간 분쟁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은 자명하다. 심지어 옆집 아저씨의 방귀소리까지 들릴 정도라니.
또한 내부적으로는 2년마다 돌아오는 갱신계약이라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일정한 심사를 통과해야 계속 거주를 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는 입주자 실태조사라는 명목으로 1년에 몇 차례씩 새벽녘이나 늦은 밤 혹은 아무도 없는 낮에도 불시에 서명을 하라며 찾는 관리직원들의 형식적인 절차에 입주민들은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쪼그라들기 일쑤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임대아파트는 빈민아파트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분양과 임대를 가르고 브랜드와 면적을 따져가며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임대아파트는 삶을 윤택하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복지수단으로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의 경우 국민의 40%가 지방 정부 관할의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특히 재산이나 연령 등 제한이 없어 대도시의 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하며 저소득층 뿐 아니라 중산층도 이를 상당히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임대 주택 비율이 4%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비율이 말해주고 있듯 4%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난한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그 편견은 좁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나마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의 경우 위와 같은 편견을 상당히 없앤 공신으로 볼 수 있는데 뉴스테이주택과 같이 물리적으로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인식의 개선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주거안정대책 중 하나로써 특히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 도입하게 된 뉴스테이는 규제가 강하지 않고 저렴한 임대료에 대한 장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8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으며 연 5%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도 없기 때문에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보증금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도 있고 세금 관련 완화 적용받을 수 있기에 이 점도 장점으로 볼 수 있으며, 물리적으로 자재나 설계 등도 기존 영구임대아파트 등과는 다르게 민영아파트 수준으로 지어졌음은 물론 생활 인프라들도 잘 갖춰져 있는 입지에 입주를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입주부터 거주, 퇴거 등 전문적으로 주거 서비스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보장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기에 입주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결국 분양아파트나 임대아파트나 다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임대아파트는 단순 비교해서 경제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살기에 그만큼 민감할 뿐, 배우지 못하고 없어 굶고 하는 집단이 아니란 말이다.
헬조선이라는 조소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를 공존하고 있는 우리 이웃일 뿐이다.
김윤영의 소설 속 영구로 놀림받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가 훗날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갈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어떠한 환경에 살던 꿈 꾸는 사람에게 미래가 있고 희망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제발 임대아파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