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는 법정서식
[해당 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 5145174 손해배상(기)
개인 간 직거래라면 모를까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가 개입된다면 반드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해야 한다. 특히 요즘 법원의 태도는 중개대상물 뒷면의 ‘중개업자 세부 확인사항’의 9번 항목,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에 대해 꼼꼼히 기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당사자관계
이수운은 충남 천안시 소재 다가구주택인 신축 원룸을 소유한 소유주이고 부동산 개발 붐이 한창인 천안에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김종연은 개업공인중개사 조귀임의 중개로 이수운 소유의 원룸에 전세로 입주한 임차인이다.
- 사실관계
서울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자 충남 천안시까지 내려오게 된 김종연은 새로 시작하기로 한 일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졌다.
하는 수없이 원룸이라도 구해보고자 했던 김종연. 마침 조귀임이 운영하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방문하게 된다.
“사장님, 혹시 전세로 입주할만한 곳 있을까요? 제가 갑자기 내려와서 집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네요.”
“아마 그럴 거예요. 천안은 대학도 많고 전국 각지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거든요. 주변 공단도 더러 있어 전세물건이 귀합니다.”
“아 이거 일도 며칠 있으면 바로 시작하는데 큰일이네요.”
“정 급하면 우리 사무소 부근에 새로 지은 원룸은 전세가 있는데 거기라도 보시겠어요?”
“할 수 없죠. 급한 불부터 꺼야죠.”
마침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 부근에 새로 지은 신축 원룸이 있어 이를 소개하기로 한 공인중개사 조귀임.
뭐 별일이야 있겠어? 근저당이야 꽉 차 있어도 경매로 넘어가진 않을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김종연을 안내한다.
“어때요? 이 정도면 꽤 쓸만하죠? 전세가 귀하니까 이거라도 얼른 계약하세요. 이 물건도 금방 빠질 물건입니다.”
“흠... 위치는 맘에 드는데 조금 작은 것 같아요. 그래도 뭐 물건이 없다니 이거라도 일단 입주를 해야겠네요. 근데 이 물건 하자는 없는 거죠? 요즘 워낙 사고가 많다 보니 걱정이 좀 되긴 하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드릴게요.”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사무소에 다시 들어선 두 사람은 임대인 이수운이 부재중이어서 집주인의 사촌동생인 최정우와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다. 최정우를 기다리며 계약서를 미리 작성하고 있는 조귀임. 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임대차 보증금은 총 9천만 원으로 하되 계약금 9백만 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잔금은 입주 전 지급하기로 한다.」
마침 임대인 이수운의 대리인 최정우가 들어서고 이내 작성한 계약서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사장님, 꼼꼼하게 작성하신 거죠?”
“그럼요. 차분히 작성했으니 두 분 다 천천히 읽어보시고 이상 없으시면 각자 날인해주세요. 저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마저 작성하겠습니다.”
이거 원룸 하나 중개하면서 적을 건 되게 많네. 칸이나 좀 넓혀서 만들면 좋으련만 대체 건물 전체에 대한 내용도 적고 개별 호실에 따라 그 현황도 적으라면서 기재할 공간을 왜 이리 작게 만들어 놓았을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하던 공인중개사 조귀임이 갑자기 임대인의 대리인 최정우와 임차인 김종연 둘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한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미 공시된 권리관계를 기재해야 하는데 칸이 좁아서 별지에 기록할 테니 그것도 날인해주셔야 합니다.”
“아 네 그러죠.”
꼼꼼하게 계약서를 작성한 공인중개사 조귀임. 나름 만족감을 드러내며 거래당사자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서명날인을 받았다.
“계약 잘하신 거예요. 앞으로 부자 되는 일만 남으셨네요.”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분에 한시름 덜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원룸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급기야 임차인 김종연이 헐레벌떡 공인중개사사무소 문을 열고 나타났다.
“사장님 이거 어떻게 된 일이죠? 별일 없다고 하셨잖아요.”
“글쎄요. 당시 제 판단으로는 근저당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말씀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장담은 못한다고 했고 결정을 신중히 하라고는 했지요. 무엇보다도 결정은 김종연씨 스스로 하셨잖아요. 저는 단지 조언만 드렸을 뿐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게 중개의뢰인이잖아요. 이거 어떻게 합니까? 책임지시죠.”
“제가 왜 책임을 집니까? 법대로 하세요. 그럼.”
결국 임차인 김종연은 공인중개사 조귀임을 연대채무자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
- 쟁점사항
김종연은 공인중개사인 조귀임이 계약 체결만을 위해 대상 물건을 설명했으므로 어디까지나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인중개사 조귀임은 임대인 이수운의 의뢰로 그의 물건을 사실 그대로 임차인 김종연에게 설명을 하였으며, 모든 결정은 김종연이 했으므로 그 결과도 당연히 김종연이 져야 한다고 반론한다.
“아무리 임차인이 급박한 전후 사정이 있더라도 공인중개사라면 당연히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거나 혹은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 정확한 판단을 해줘야 하지 않나요? 이 사건은 공인중개사의 중대한 과실로 생긴 겁니다.”
“무슨 소리예요. 전 분명히 설명해드렸잖아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도 꼼꼼히 작성했고 특히 9번 항목, 미 공시 권리관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기재할 공간이 적어서 별지에다 특별히 기재해 드렸잖아요.”
“별지라니요? 전 모르는 일입니다.”
“어머나 생사람 잡지 마세요. 분명히 공간이 적어서 별지에 작성하고 날인받았잖아요. 사람 환장하겠네요. 정말.”
“전 못 봤으니 증거를 대세요. 증거를...”
- 법원의 판단
타인의 재산을 다루는 공인중개사는 이른바 부동산 거래를 직접 수행하는 전문직업인이다. 이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본 사건의 경우 원룸 건물의 관리회사에 종사하는 소장의 확인서도 그렇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9번 항목’란에 별지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도 인정이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할 공간이 좁아 별지에 기재를 했다면 그 별지도 따로 보관을 하여야 했으나 이 사건의 경우 공인중개사 조귀임은 이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결국 정황 상 인정은 되나 이를 입증하지 못한 책임이 조귀임에게 있으므로 본 사건에서 원고가 청구한 임대차 보증금 9천만 원 중 40%인 3천5백만 원을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생각해 봅시다!
공인중개사 조귀임씨의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원룸 건물의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주택관리회사 소장의 확인서도 그렇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상 ‘별지’라고 기재된 사실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끝에 간인된 것을 보더라도 그 기록은 분명히 있었고 그것을 분명 설명했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합니다.
재판부도 이러한 정황을 인정하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 손해금의 40%를 공인중개사의 과실로 돌린 것으로 보이고요.
만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가 한 장 더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상에 그러한 내용을 기재했더라면 배상의 책임은 없었을 겁니다.
정부에 건의합니다. 법정서식인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9번 항목, 미 공시 권리관계 기재사항’란 말입니다. 좀 크게 만들어 주실 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