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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시우 Jun 15. 2020

기한 만료 전 이사, 중개보수 지급은 누가 해야 하죠?

내 집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대부분 집주인은 세입자의 사정으로 이사 갈 때 새로 체결될 계약 시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중개보수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럴 경우는 대부분 분쟁으로 비화 되곤 하는데 과연 이러한 집주인들의 요구가 정당할까? 



먼저 중개보수란, 공인중개사법 제22조 일반중개계약에 의거 거래예정가격에 대한 보수를 말하는데 쉽게 공인중개사의 알선으로 거래가 완성되었을 때 지급하는 금전을 말한다. 

이러한 중개보수는 각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규율되어 있으며, 중개보수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공인중개사와도 종종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이번 이야기는 계약 시 정한 기한이 도래되기 전 지방으로 인사발령이 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방을 빼게 되어 생기게 된 중개보수의 지급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생긴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다복이 소유의 원룸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행복이. 행복이는 직장이 위치한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부근에서 1년 6개월째 자취하고 있다. 비록 투베이구조도 아닌 지극히 저렴한 원룸이지만 나름의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행복이는 충남 천안에 있는 지방사무소로 인사발령이 났다.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에 당황한 것도 잠시, 아직 원룸의 만기가 남아 있던 터여서 이사가 걱정되었다. 

고민 끝에 평소 츤데레처럼 은근히 챙겨주던 집주인 다복이에게 사실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아저씨. 제가 직장에서 인사발령이 났어요. 그래서 말인데 방을 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잘 되어서 발령 난거야?”

“그렇게 생각하려고 그럽니다. 그래야 다시 서울로 올 희망이 생길테니까요.”

“음... 그래. 그러면 아직 기간도 남았고 하니 세입자를 알아서 구해서 나가면 되겠구나.”     

행복이는 선뜻 보증금을 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집주인 다복이의 말에 다소 당황한 듯 머뭇거리며 대꾸를 한다.      

“네? 아~ 일단 열심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저곳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자신의 원룸을 매물로 올려놓고 이제나저제나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던 어느 날, 다행히 적당한 세입자가 나타났다. 행복이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혼잣말을 내뱉는다.  

    

- 다행히 오래되지 않아 새로운 임차인이 왔으니 맘 편히 이사 갈 수 있겠네. 그나저나 천안에도 방을 구해야 할 텐데 걱정이 되는 군. -    


계약일에 집주인 다복이와 세입자 행복이 그리고 새로운 임차인이 공인중개사 오복이가 운영하는 사무소에 계약을 위해 들렀다. 계약에 앞서 이것저것 설명하던 공인중개사 오복이가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자 이곳에 각자 서명하시고 날인하시면 됩니다.”       


설명을 다 듣고는 새로운 세입자가 서명하자 집주인 다복이가 펜을 집어 들면서 어디서 알아보고 왔는지 중개보수에 대해 한마디 한다.      

     

“오복사장님 원래 기한 전에 행복씨가 나가는 것이니 내 중개보수는 행복씨가 지불하는 게 맞지요?”

“아~ 그렇지요. 기한 전에 방을 빼는 것이니 행복씨가 내는 게 맞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세입자 행복씨는 뭔가 이상한 듯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사장님, 근데요. 사실 기한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또 어차피 다복이 아저씨가 집주인이니까 새로운 계약을 할 때는 당연히 집주인인 다복이 아저씨가 중개보수를 드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중개보수 문제는 더 알아보고 처리하겠습니다.”     

        

판례-법원의 태도        


서울지방법원 98나 55316 판결     


일 년을 약정한 임차인이 잔여기간 3개월을 남기고 나갈 경우,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지출한 중개수수료(중개보수)는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부담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계약의 청산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임차인과의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된 경우에도 임대인은 어차피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체결을 하여 중개수수료(중개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므로 임차인이 중개수수료(중개보수)를 부담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비로소 개운한 마음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행복이. 행복이가 공인중개사 오복이와 집주인 다복이에게 쓴소리를 내뱉는다.     


“제 말이 맞죠? 오복이 사장님은 공인중개사면서 어떻게 편파적으로 그러실 수 있습니까? 다복이 아저씨도 그러는 거 아닙니다. 있는 분이 말이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유권해석-국토교통부의 입장     


주택임대차 계약 만료 후 자동 연장되어 2년이 경과되지 않고 이사를 할 경우에 중개수수료 부담은 "중개의뢰인인 임대인과 새로운 임차인 쌍방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국토교통부 전자민원에 대한 회신, 2005. 2. 12).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2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20조의 규정에 따라 중개업자가 거래계약을 체결할 경우 중개의뢰인 쌍방으로부터 일정요율의 중개수수료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중개수수료 지불주체는 거래당사자로서 전 임차인이 될 수 없으나, 전 임차인이 임대인을 대신하여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임대인과 전 임차인간 임대차계약의 효력에 따른 당사자 간 사적 관계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국토교통부, 사이버민원에 대한 회신 2006. 7. 28).



법대로 한다면 세입자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사정에 따라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이사하는 경우 발생하는 중개보수는 계약 당사자들 간에 발생하는 수수료이므로, 계약 당사자인 새로운 세입자와 집주인이 지급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계약 기간 중 세입자의 사정으로 이사를 나가는 경우 새로 들어올 세입자의 중개보수를 누가 내느냐 내지는 집주인이 내야 할 중개보수의 지급대상을 두고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위의 사례처럼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 갑자기 세입자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이사를 해야 한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귀찮기도 할 것이고 몇 달 후 지불해야 할 중개보수를 미리 지불함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비용 손실도 아쉬울 것이다. 

따라서 법대로 중개보수까지 집주인한테 내라고 하면 대부분의 집주인은 지방발령은 세입자 사정이고 계약한 대로 계약 기간까지 살다가 이사를 하든 중개보수를 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놓고 가든 알아서 하라고 할 것이다.


결국 세입자만 조급해지고 시간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중개보수를 내면서까지 세입자의 편의를 봐주는 집주인은 없다. 이 또한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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