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 가정주부

by MichaelKay

목욕을 마치고 식사를 하자는 이야기에 제제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밥이 싫다는 제제에게 그럼 무얼 먹고 싶으냐 물었다. 제제는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앉아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아빠, 나 어묵 국수 먹고 싶어."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이제 작 44개월 짜리 아이에게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래, 아빠가 맛있게 요리할게."

목욕을 마치고 새 옷을 입힌 후에 로션과 립밤을 발라주고 머리칼을 잘 말려줬다. 헤어드라이어가 윙윙 제 할 일을 하는 동안 제제는 병아리처럼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소고기도 넣어줘.
국수는 고기랑 먹어야 맛있어."

어묵 국수에 소고기도 넣으라는 지시다. 언젠가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난 모양인데 헤어드라이어의 소음 속에서도 할 말은 하는 녀석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본인 입맛에 맞게 요리해달라는 세세한 주문.

욕실을 정리하고 주방으로 가서 숙련된 무술 고수처럼 손을 놀린다. 웍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소고기와 어묵이 허공에서 춤을 추며 양념 옷을 골고루 입는다. 바로 옆 화구에선 끓는 물에 국수가 익어가고 있다.

제제는 소고기 어묵 국수 한 그릇을 말끔하게 비웠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식욕 폭발의 계절이 됐다. 열심히 요리해서 가족이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내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이 겨울,

즐거운 마음으로 주방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나는 육아하는 아빠이자 가정주부니까.


20181202_111547.jpg 응? 소고기는 어디로 다 숨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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