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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5. 2019

# 07. 공주

"아빠, 나 공주가 되고 싶어."
 
느닷없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이모저모 엄마처럼 챙겨주는 아빠라지만 이런 쪽으론 재능이 모자라 무얼 가지고 아들을 공주로 만들어 줘야 하나 궁리가 필요하다.
 
"엄마, 나 공주 하면 안돼?"
 
내가 고민을 하는 사이, 제제는 제 엄마에게 공주가 되고 싶다며 조른다. 엄마라고 별다를 것이 있겠나 싶어 나와 아내 둘 중의 하나라도 모래요정 바람돌이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식간에 몇 가지 소품으로 공주 흉내를 낼 수 있게끔 만든다. 덕분에 제제는 간단히 공주로 변신했다. 엄마는 역시 다르다.
 
어린 시절의 나 역시 그랬다.  
 
엄마의 립스틱을 발라보기도 하고 몰래 스타킹을 신고 힐을 신어보다가 등짝을 맞곤 했다. 내게도 공주가 되고 싶었던 순간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제제의 변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자니 슬쩍 부탁해 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 여보, 나도 공주가 되고 싶..."
 
거기까지 말하는데 아내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표정으로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아저씨, 참아요."
 
"네."

어느날 제제는 공주가 되고 싶다 말했다.



아무리 아빠가 살갑게 아들을 보살핀다 해도 확실히 엄마는 엄마다.
내가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아내가 제제를 공주로 만들었다. 나도 슬쩍 부탁했다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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