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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5. 2019

# 08. 요리하는 아빠

일정 기간 제제에게 먹일 식단 구상을 마치면 장을 보고 돌아와 식재료를 다듬는다. 요리를 하고 소분해서 작은 보관용 그릇에 담고, 육수를 만든 후 얼리는 등 할 일이 정말 많다. 
 
필요한 권장 칼로리를 채우는 것만이 식사의 전부는 아닌지라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서 아빠의 부지런함은 필수다. 
 
그렇게 아들의 식사를 직접 관장하게 된 것이 삼 년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아빠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바삐 요리하느라 베이고 데인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아이를 먹이느라 때를 놓쳐 식사를 거르는 정도는 일상다반사였으며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잘 먹어주기만 하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뿌듯했다. 
 
그 시간들은 참 값진 하루의 나열이었다. 
 
부모님께 더 큰 감사를 표하며 깊은 사랑에 머리를 조아릴 수 있었고, 아빠의 노력을 알아주듯 잘 먹고 잘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지켜볼 수 있어 기뻤으며, 열심히 일해 가족을 건사하는 아내에게 매 순간 감사의 마음을 놓지 않았다. 
 
언제까지 내가 아들의 식사를 맡게 될는지는 모른다. 짧게는 당장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역할을 바꿔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고 길게는 아들이 독립하게 될 멀고 먼 미래까지도 내가 남성 전업주부로 남을 수도 있다. 
 
삶이 어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내일 나는 또 식단을 고민하고 장을 보고 식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하겠지. 아들이 맛있게 먹는 과일이 있으면 기억해두었다가 한 아름 사들고 마트에서 돌아올 게 뻔하다. 
 
자...
그럼 쓸 데 없는 잡념은 지우고
내일 제제에게 무얼 먹일까부터 궁리해 볼까... 



사서 먹이는 것은 싫었고 대충하는 것도 싫었어요. 어찌 됐든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어 부지런히 손을 놀렸습니다.


제제가 태어나고 이유식을 먹일 때부터 모든 건 제 맡아서 요리했지요. 차분하게 반응을 살피고 온갖 식재료를 조합해서 모자람 없이 먹이려 애썼습니다.


때로는 피곤하고 어떤 날은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적어도 제제를 먹이는 일 하나만큼은 목숨걸고 해내겠다는 각오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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