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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5. 2019

# 09. 꼭 그럴 때만

때로는 조금 신기하기까지 했다.  
 
지인의 전화가 걸려올 때면 거짓말처럼 나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예컨대 아들의 기저귀를 갈고 있다거나 거품이 가득한 아들의 머리에 샤워기로 물을 뿌려주는 순간처럼 말이다.  
 
그도 아니라면 아이가 투정을 부리다가 막 잠든 때라든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이제 막 아이의 입에 떠 넣어주려 할 때, 그럴 때 꼭 전화벨이 울리곤 했다.
 
애써 전화로 안부를 물으려 했던 이도 매번 아이 핑계 일색인 휴대전화 너머 내 무성의한 목소리에 짜증이 치밀곤 했겠지만 나도 그렇게 끊은 전화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래서 '그깟 아이 보는 일 가지고 너무 유세를 부린다'는 이야기에도 그냥 웃어넘기곤 했고 '가사라는 게 딱히 할 것이나 있는 거냐'는 투정도 흘려들었다. '나도 다 아이 키워본 아빠인데 아이는 그냥 두면 다 알아서 자란다'는 훈계에도 고개를 주억거릴 뿐 따로 반박하지 않았다.
 
주부의 삶을 오롯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주부 말고는 그리 많지 않으니 그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내가 조금 물러서서 듣고 있는 수밖에.
 

나는 남성 전업주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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