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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Feb 16. 2019

# 81. 각자의 방식대로

걸려온 전화에 안부를 간단히 주고받았다. 발신자는 '주둥이'라고 불리는 친구다. 
 
"아줌마야, 제제 잘 키우고 있냐?" 
 
전업주부가 된 후, 내 별명은 '아줌마'다. 그렇게 시작된 '주둥이'와 '아줌마'의 통화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비교적 따뜻한 겨울이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지만 '주둥이'로 명명된 그의 입은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난 모양이다. 시큰둥한 내 대꾸에도 그는 쉼 없이 말을 이어갔다. 신변잡기부터 경제상황에까지 이르는 그의 대단한 입심에 혀를 내둘렀다. 별명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녀석이다.  
 
"주둥아, 그만 끊자. 나 할 일이 많아." 
 
"야, 이 아줌마야. 그깟 집안일이 뭘 그리 바쁘냐?" 
 
입이 겨울잠에서 깨어났으니, 겨우내 미뤄둔 수다의 총량을 채워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전화를 끊자 하니 못내 서운한 목소리로 따지는 그다. 세탁은 세탁기가 해주니 쉽고, 청소는 며칠에 한 번 하면 되니까 바쁠 일이 없단다. 설거지는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하면 될 일라고 말한다. 
 
"집안일이 세탁, 청소, 설거지가 전부라고 생각해?" 
 
"그것 말고 그럼 뭐가 있는데?" 
 
내 친구라지만, 이 정도면 진지하게 대꾸할 필요가 없다. '아줌마'는 '아줌마의 길'을 가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주둥이'는 '주둥이의 길'을 가면 된다. 
 
"그래서 네가 제수씨한테 욕을 들어먹는 거야." 
 
"내가 뭘? 내가 어디가 어때서?" 
 
에둘러 꾸짖어 보지만 그에게 참회와 반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냥 내 목소리가 참 많이도 그리웠구나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착한 내가 자비를 베풀어 대화를 더 이어가 볼까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다. 육아도 집안일처럼 며칠에 한 번 몰아서 하면 되는 거냐는 내용이다. 
 
"애들도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크는 법이지." 
 
본인이 말하고도 민망한지 그가 껄껄대며 웃는다. 그를 따라 나도 웃었다. 인생을 다 산 사람도 너처럼 말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자 그는 더 크게 웃는다.  
 
"주둥아, 나 진짜 끊어야 해." 
 
"그래, 너 몰래 네 카카오스토리 읽고 있다. 잘하고 있어. 파이팅, 이 덩치 큰 아줌마야." 
 
"그래, 나 유난 떠는 거 받아줘서 고맙다." 
 
'주둥이'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반대로 '아줌마'의 말도 옳을 수 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그게 최선이다. 마흔넷 아저씨들인 '주둥이'와 '아줌마'의 통화가 그렇게 끝났다. 
 
 
#45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주둥이 #아줌마 #우리는_친구
#각자의_방식대로 

아빠, 나 준비 다 됐어. 제제가 현관에서 부릅니다. 아침 9시, 함께 어린이집에 등원할 시간이에요.


식사를 마치고 현관에서 기다리는 제제에게 가방을 건넵니다. 오늘 오후에는 무얼 하고 놀까 상의하면서 무사히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지요.
새벽운동은 일찌감치 마친 상태입니다. 오늘의 할 일과 시간배분을 생각하며 운동하고 돌아오죠. 그런 다음 제제의 아침을 열어주는 겁니다.
제제의 등원을 도운 후엔,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아침식사를 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돈코츠 라멘'입니다.
즐겨 찾는 라멘 식당보다 더 괜찮았다고 아내가 극찬했습니다. 아내와 제제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어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마흔넷 남성 전업주부는 바쁩니다. 아이 어린이집 보내면 할 일이 없다고요? 그런 분도 계시겠지만 바쁘게 사는 전업주부님들도 많습니다.
램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안정기가 고장이라 차단기 내리고 교체작업을 했어요. 말끔하게 수리를 마감하는 것도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예요.
에어컨, 공기청정기, 제습기, 진공청소기, 냉장고, 전자렌지, 세탁기, 정수기 등의 가전제품도 꾸준히 청소해야 합니다.
에어컨을 분해해서 세척하고 다시 조립했어요. 깨끗하죠? 공기청정기 필터도 세척해서 사용하고, 수명을 다하면 다시 주문해야 합니다.
후면부도 완전히 분해해서 청소했습니다. 여보~ 에어컨 청소비는 나한테 줘~!!!
아이가 있는 집은 청소를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만약 집안에 어르신이 계시다면요? 그럼 더욱 더 열심히 해야죠. 어르신들도 호흡기 중요해요.
제제의 장난감이 또 고장났습니다. 목이 부러진 플레시오사우루스, 머리가 부서진 티라노사우루스, 연결부위가 망가진 트럭을 모두 수리했어요.
어린이집을 마치고 귀가하면, 제제는 분명히 산책을 하러 가자고 조를 겁니다. 그럼 국수 한 그릇 먹여서 나가는 게 좋으니 재료를 손질해놓습니다.
필요한 기본 식재료들도 손질하고 조리해요. 이런 일들도 미리 해야 합니다.. 요리하는 동안, 제제를 등 뒤에 오래 세워둘 수는 없으니까요.
반찬도 자주 만들어야 하고, 때 되면 김치도 담그는 겁니다. 다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씻고, 자는 모든 것이 그래요.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개에 잠시 한숨 돌리면 오후 2시입니다. 하루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벌써 하루에 쓸 에너지를 다 소모한 기분이 들죠.
올해 책을 내야 하는데 원고 쓸 시간도, 검토할 시간도 전부 모자랍니다. 그래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만큼은 노력하고 있죠.
아빠, 나 배고파~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제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낮 3시 20분입니다. 이때부터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 시작됩니다.
제제와 산책을 다녀와서 집에서도 신나게 놉니다. 맛있게 먹이고, 깨끗하게 씻기고, 끊임없이 대화도 하고요. 그렇게 전업주부의 하루가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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