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
명절을 앞둔 어느 날, 식탁에 앉은 아내는 무언가에 열심이다. 액체로 가득 찬 용기 몇 개, 빈 용기는 그보다 많다. 계량을 위한 컵도 있다.
"실험실 차렸어요?"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요."
아내가 팬트리에서 밀봉된 택배 상자를 하나 둘 꺼낼 때는 숨겨둔 내 선물인가 잠시 오해까지 했다. 대놓고 물어보지 않았던 게 신의 한 수였다.
"지인들이 누군데요?"
"회사 동료분들이랑 제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요."
방향제를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는 아내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변함없이 그대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직접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래요, 당신 참 멋지다."
"별것 아닌 선물이라 걱정이 조금 되네요."
받은 분들이 고맙게 생각할 거라고 말하자 아내는 한숨 돌린 듯 밝게 웃어 보였다. 본래 해오던 일처럼 능수능란하게 손을 놀리는 아내를 보며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내가 도울 건 없어요?
"오빠, 어디서 상콤한 수작을 부리고 있어?
숟가락 슬쩍 얹는 건 용서 못 해."
"푸하하하, 오케이~!"
서로를 보며 한참을 큭큭거렸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역시 아내는 변함없이 그대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숟가락을 얹는 행동은 금물이라는 걸 직접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렇게 아내는 홀로 식탁에 앉아 꼼짝도 않고 몇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