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결사가 필요해
하원 하는 길, 제제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초록잎 몇 장을 틔워낸 나무를 보며 웃고 있긴 하지만 제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건 분명하다. 아들과 일상을 함께 나누는 전업주부 아빠의 직감이다.
"제제, 속상한 일 있어?"
"아니."
내게서 기인한 내 아이지만 계속 캐묻는 건 실례다. 제제가 자연스레 답할 수 있게끔 빙빙 돌려 접근하는 게 좋다.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을 중얼거렸다. 물론 혼잣말이라기에는 꽤 큰 목소리니까 제제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만큼이다.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간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혹시 우리 제제가 친구랑 다툰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옳거니, 제제가 미끼를 덥석 물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실마리를 잡았으니 어르고 달래 가며 핵심을 꺼내는 일이 남았다.
"그럼, 무슨 일일까?"
"친구가 신기한 장난감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제제가 진지하게 풀어놓는 이야기를 경청했다. 어린이집 친구에게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아빠한테 속 시원하게 말하지 그랬어."
"나는 장난감이 많잖아."
친구가 새로 샀다는 그 장난감이 갖고 싶은데, 사실 제제는 그와 비슷한 유형의 장난감을 오십 개도 넘게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빠에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 작은 머리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제 나름의 판단을 하는 과정이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집에 비슷한 게 많지만 그래도 갖고 싶었어."
"그래, 아빠에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어린아이란 아무리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어도 색다른 장난감을 가진 친구가 부러운 법이다. 제제의 그 마음을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도 한 때는, 다섯 살 어린아이였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고민이 생기면 아빠와 상의하자고 했지?"
"응, 아빠가 뭐든지 말해도 된다고 했어."
부러워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참으려 했으니 다섯 살 제제에겐 꽤 답답한 하루였을 터, 녀석의 표정엔 아빠에게 털어놓기를 잘했다는 후련함이 담겨 있다. 다행히 내 지갑은 아직 다이어트 전이다. 기대감으로 점점 밝아지는 제제의 얼굴을 보며 이제 답을 줘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좋아, 이번 고민은 아빠가 해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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