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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Feb 24. 2019

# 82. 해결사가 필요해

# 해결사가 필요해 
 
하원 하는 길, 제제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초록잎 몇 장을 틔워낸 나무를 보며 웃고 있긴 하지만 제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건 분명하다. 아들과 일상을 함께 나누는 전업주부 아빠의 직감이다. 
 
"제제, 속상한 일 있어?" 
 
"아니." 
 
내게서 기인한 내 아이지만 계속 캐묻는 건 실례다. 제제가 자연스레 답할 수 있게끔 빙빙 돌려 접근하는 게 좋다.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을 중얼거렸다. 물론 혼잣말이라기에는 꽤 큰 목소리니까 제제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만큼이다.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간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혹시 우리 제제가 친구랑 다툰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옳거니, 제제가 미끼를 덥석 물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실마리를 잡았으니 어르고 달래 가며 핵심을 꺼내는 일이 남았다.  
 
"그럼, 무슨 일일까?" 
 
"친구가 신기한 장난감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제제가 진지하게 풀어놓는 이야기를 경청했다. 어린이집 친구에게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아빠한테 속 시원하게 말하지 그랬어." 
 
"나는 장난감이 많잖아." 
 
친구가 새로 샀다는 그 장난감이 갖고 싶은데, 사실 제제는 그와 비슷한 유형의 장난감을 오십 개도 넘게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빠에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 작은 머리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제 나름의 판단을 하는 과정이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집에 비슷한 게 많지만 그래도 갖고 싶었어."  
 
"그래, 아빠에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어린아이란 아무리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어도 색다른 장난감을 가진 친구가 부러운 법이다. 제제의 그 마음을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도 한 때는, 다섯 살 어린아이였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고민이 생기면 아빠와 상의하자고 했지?"  
 
"응, 아빠가 뭐든지 말해도 된다고 했어." 
 
부러워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참으려 했으니 다섯 살 제제에겐 꽤 답답한 하루였을 터, 녀석의 표정엔 아빠에게 털어놓기를 잘했다는 후련함이 담겨 있다. 다행히 내 지갑은 아직 다이어트 전이다. 기대감으로 점점 밝아지는 제제의 얼굴을 보며 이제 답을 줘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좋아, 이번 고민은 아빠가 해결해 줄게." 
 
#45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아들의_고민 #아빠는_네_고민을_충분히_이해해
#해결사가_필요해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제제는 평소와 달랐어요.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경청했지요. 망설이던 제제가 남김없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친구가 새로운 장난감을 샀는데 그게 갖고 싶었대요. 하지만 비슷한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죠.
제제가 말끔히 식사를 마친 후에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원할 때 줄 수 있도록 간식을 챙기고요.
다녀오는 과정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집을 나섰어요.
사실 올바른 행동의 대가로 선물을 건네는 일은 꺼리는 편입니다. 대가가 없어도 바르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제 개인적인 방침입니다.
목표하는 바를 정해두고 보상으로 선물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 목표가 제제가 원하는 길이 아닌, 제가 원하는 길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그게 기쁘고 좋아서 선물하곤 해요. 깜짝 선물입니다. 무얼 좋아할까 궁리하고 미리 사놓는 것이 많아요.
아내도 같은 생각이에요. 선물은 주는 자의 의지잖아요. 제제가 어떤 걸 좋아할까 고민하고 몰래 선물을 사둔 후에 주고플 때 짠~ 하고 줍니다.
이번에는 직접 대형마트를 찾아야 했어요.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니까요. 오늘 제제는 빨리 해결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죠.
부럽다는 생각, 얼마간의 망설임, 나름의 고민, 그리고 참아야겠다는 의지, 그 과정을 하루 종일 겪은 제제를 위해 이젠 아빠가 나설 차례입니다.
갖고 싶다던 장난감을 두 개 선물했습니다. 하나는 야박하잖아요. 기존에 모으던 동물 피규어도 하나 더 선물했어요.
안전하게 운전해서 잘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제제 표정에 여유가 넘치는 거 보이세요? 아빠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행복했다고 제제가 말했어요.
해결사가 된 하루였어요. 바빴지만 기분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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