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마주치자 제제는 오른손을 웅크려 제 귀에 가져다 댄다. 그렇게 귀 기울여 무언가를 듣는 모습을 취하고는 그 길로 내게 달려와 웃으며 매달렸다. 아빠에게 할 말이 있는데 그게 부탁일 경우에 제제는 이런 행동을 한다.
"무얼까? 우리 제제가 하고픈 말이?"
"아빠, 우리 자전거 타러 가자."
봄기운이 세상을 덮어가고 있지만 오늘따라 심한 4m/s의 풍속이 문제다. 제제는 겨울에 꽤 심한 비염을 앓은 바 있다. 당분간 바람에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여전히 귓가에 남아, 감성은 허락으로 기우는데 이성은 강하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아직 자전거 점검을 안 했어."
"아빠, 점검을 안 하면 어떡해!"
이성에 따르기로 하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더니 역시나 꾸지람이 날아든다. 함께 나설 걸 그랬나 잠시 후회가 스쳤다. 강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매일 산책을 다니던 우리다. 바람이 강하더라도 오늘은 충분히 따뜻한 날씨니까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각별히 주의하셔야 됩니다."
다행히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의사 선생님을 떠올렸다. 제제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달랬다. 미련을 버린 것처럼 행동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제의 얼굴엔 시무룩한 표정이 남아 있다.
"미안해, 아빠가 실수했어."
"조금 속상하긴 하지만 괜찮아."
다시 밝아진 제제의 모습에 한숨 돌리고 돌아섰다. 함께 나서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할 날도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빠, 자전거 점검 꼭 해야 돼!"
"응, 약속할게."
자전거 점검은 이미 몇 주 전에 마쳤다.
자전거 타러 가자는 제제의 말을 기다리며 그간 며칠 치 풍속을 외우다시피 하고 있기도 했다. 어쩌면 제제보다 내가 더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오늘은 적당한 날이 아니었을 뿐이다.
내일은 바람이 잦아든다니 함께 나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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