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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Mar 24. 2019

# 94. 겨울에 꼭 다시 만나자

지난 2월 말, 
 
청명한 하늘과 살랑이는 봄바람이 좋았다. 이제 곧 떠나갈 철새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기에 딱 알맞은 날씨였다. 간식과 음료수를 챙겨 들고 제제와 함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계속 따뜻한 곳에서 살면 안 돼?" 
 
"응, 고니는 시원한 곳에서 사는 새거든." 
 
얼마 후면, 고니들이 시원한 시베리아나 캄차카의 툰드라 지대로 이사한다고 설명하자 제제는 무척 아쉬워했다. 왜 꼭 가아하냐고 묻길래 냉장고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귀띔했다. 냉장실 온도가 적당한 고니들은, 살던 곳이 냉동실만큼 추워지면 그곳을 떠나 우리나라로 이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제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겨울은 냉장실이야?" 
 
"그렇지, 우리나라 겨울은 냉장실 정도야. 고니가 원래 살던 곳은 겨울에 냉동실처럼 변해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린대. 그럼 먹을 것도 찾기 힘들겠지?" 
 
봄이 찾아오고 날이 풀리면 이곳은 냉장고 밖처럼 따뜻해지지만, 고니가 살던 곳은 다시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변해 시원해진다고 말하자 제제는 말끔히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더우니까 다시 이사해야겠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저수지 산책로를 걸으며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고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가창오리, 노랑부리저어새, 기러기를 지나 재두루미까지 설명하는데 저수지에서 새들이 날아올랐다. 고니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아기 고니는 어디 있어?" 
 
"이제 아빠 고니, 엄마 고니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알을 낳을 거야. 다시 겨울이 오면, 잘 먹고 튼튼해진 아기 고니들과 함께 제제를 만나러 오겠지." 
 
제제가 조금이나마 고니 무리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목말을 태웠다. 빙빙 돌다가 방향을 정하고 날아가는 고니 무리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눈에 확연히 보이던 녀석들이 몇 개의 점이 되었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녕, 겨울에 꼭 다시 만나자." 
 
제제는 내 어깨 위에 앉아 고니들이 사라져 간 방향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46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고니 #큰고니 #주남저수지 #헤어질_시간
#겨울에_꼭_다시_만나자



주남저수지에 다녀왔습니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곳이에요.


계절마다 각기 다른 볼거리가 있어 제제와 함께 자주 찾습니다.
철새가 겨울을 나는 동안은 망원경으로 새들을 지켜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죠.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이 앵글 안에는 수없이 많은 철새들이 있었어요.
제제와 철새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부러울 게 없는 산책이죠.
항상 공부합니다. 혹시 질문을 받으면 정교한 답변을 해주기 위해서 학습관, 박물관, 또는 소풍 가는 곳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이번에는 철새를 공부하고 갔어요. 제제에게도 유익하지만 제게도 지식이 쌓이니 좋아요.
고니(큰고니)들이 날아오릅니다. 선회하며 방향을 잡더니 점점 멀어지더군요. 점이 되었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제가 손을 흔들어줬지요.
고니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에 들렀습니다.
작은 곳이지만 마이클과 제제의 추억이 한 움큼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입 아프도록 설명해주곤 했는데 이제는 제제가 아빠에게 설명해줍니다.
기쁘더군요. 제제에게 기울이던 오랜 노력이 결국 결실이 되어 저에게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랄까요.
다음 겨울에는, 이번에 아빠에게 들었던 철새들의 이야기를 다시 아빠에게 되돌려주겠죠?
철새들아 겨울에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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