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청명한 하늘과 살랑이는 봄바람이 좋았다. 이제 곧 떠나갈 철새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기에 딱 알맞은 날씨였다. 간식과 음료수를 챙겨 들고 제제와 함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계속 따뜻한 곳에서 살면 안 돼?"
"응, 고니는 시원한 곳에서 사는 새거든."
얼마 후면, 고니들이 시원한 시베리아나 캄차카의 툰드라 지대로 이사한다고 설명하자 제제는 무척 아쉬워했다. 왜 꼭 가아하냐고 묻길래 냉장고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귀띔했다. 냉장실 온도가 적당한 고니들은, 살던 곳이 냉동실만큼 추워지면 그곳을 떠나 우리나라로 이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제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겨울은 냉장실이야?"
"그렇지, 우리나라 겨울은 냉장실 정도야. 고니가 원래 살던 곳은 겨울에 냉동실처럼 변해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린대. 그럼 먹을 것도 찾기 힘들겠지?"
봄이 찾아오고 날이 풀리면 이곳은 냉장고 밖처럼 따뜻해지지만, 고니가 살던 곳은 다시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변해 시원해진다고 말하자 제제는 말끔히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더우니까 다시 이사해야겠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저수지 산책로를 걸으며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고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가창오리, 노랑부리저어새, 기러기를 지나 재두루미까지 설명하는데 저수지에서 새들이 날아올랐다. 고니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아기 고니는 어디 있어?"
"이제 아빠 고니, 엄마 고니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알을 낳을 거야. 다시 겨울이 오면, 잘 먹고 튼튼해진 아기 고니들과 함께 제제를 만나러 오겠지."
제제가 조금이나마 고니 무리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목말을 태웠다. 빙빙 돌다가 방향을 정하고 날아가는 고니 무리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눈에 확연히 보이던 녀석들이 몇 개의 점이 되었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녕, 겨울에 꼭 다시 만나자."
제제는 내 어깨 위에 앉아 고니들이 사라져 간 방향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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