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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Mar 24. 2019

# 95. 비가 내리든가 말든가

2월 27일 이른 아침의 이야기다.
 
기척이 들리길래 방문을 열었다. 팔다리를 힘껏 뻗은 채 기지개를 켜던 제제가 내쪽을 바라보고는 미소 지었다. 제제는 여유만만하게 침대의 이쪽저쪽을 뒹굴거리다가 침대맡에 앉은 내게 다가와 안기며 입을 열었다. 
 
"아빠, 오늘 어린이집 안 가는 날 맞지?" 
 
"맞아, 더 자도 괜찮아." 
 
으레 방학이면 잠도 평소보다 일찍 깨는 법이다. 다시 잠을 청해 보라는 아빠의 말에 제제는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거실로 나온 제제가 제 엄마의 품에 폴싹 안겨들었다. 그 모습이 가슴에 가득 들어차 한참을 지켜보다가 주방으로 가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오늘 공룡 보러 가면 안 될까?" 
 
"왜 안 돼? 가자." 
 
식사를 하던 제제가 느닷없이 공룡엑스포에 가자는 말을 꺼냈다. 지난 11월에 다녀온 이후로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다시 찾을 때도 됐다. 게다가 방학이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선뜻 응했다. 
 
"비 내리는데 가도 돼?" 
 
"제제는 든든하게 식사하고 아빠가 준비하시는 걸 기다리면 돼. 아빠가 가도 된다고 말씀하셨으니까 비가 내리더라도 반드시 제제를 데리고 가실 거야."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제제를 안심시키고는 나를 바라보며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아내는 내가 경남 곳곳의 날씨를 매일 검색한다는 걸 알고 있다. 제제가 가자고 할 때 바로 갈 수 있는지 박물관, 과학관, 학습관이 있는 도시의 날씨를 살펴두는 건데 아내는 그걸 헤아리고 있던 셈이다. 기꺼운 마음에 얼굴 가득 웃음을 걸었다. 
 
태풍이 몰고 오는 장대비 수준만 아니라면 문제 될 게 없다. 이럴 때 쓰라고 비옷과 우산이 있잖은가. 추울 것 같으니 조금 더 두터운 옷을 입히고, 바람이 세다는 예보에 머플러와 마스크를 준비했다. 혹시 몰라 여벌의 옷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가 내릴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두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짐을 꾸렸다. 덕분에 제법 큰 두 개의 가방이 배불뚝이가 됐다. 도착해서는 날씨에 따라 가방 하나만 들고 움직이면 되니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아빠, 힘들지?" 
 
바쁘게 집안을 오가는 아빠가 걱정스러웠는지 곁에 다가온 제제가 작은 두 손을 들어 내 등을 톡톡 두드려줬다. 오는 정이 이렇게 고운데 가는 정은 더욱 고울 수밖에 없다.
 
"제제랑 함께 다니는 게 행복해서 하나도 힘들지 않아. 이따가 아빠가 치즈돈가스 사줄까?"
 
"아빠, 햄버그스테이크도 사줘!" 
 
"그래, 좋아!" 
 
비가 내리면 빗방울 속에서 공룡을 만나면 되고, 내리지 않으면 조금 편하게 공룡을 만나면 그만이다. 제제가 원하는 것은 공룡을 만나는 거니까 비는 아무래도 좋다.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경남 고성에 위치한 공룡엑스포를 향해 출발했다. 
 
 
#제제 #46개월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고성군 #당항포랜드 #공룡엑스포



아빠, 빨리 와!
2월 27일, 어린이집 방학 기간 중에 제제와 함께 경남 고성에 위치한 당항포랜드 공룡엑스포에 다녀왔어요.
김해에는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제는 걱정이 많았죠.
다행히 고성에는 아주 조금 빗방울이 보이다가 멈추더군요.
고성 날씨는 이미 며칠 전부터 주시하고 있었어요. 비 예보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비가 내릴 경우를 대비했어요.
그래서 차에는 짐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하늘의 일은 짐작하기 어려우니 혹시 비가 많이 내릴 수도 있잖아요. 준비 없이 갔다가 비가 내렸다면...,
결과를 놓고 보면 사실 날씨가 우리를 도왔습니다.
관람객이 거의 없었거든요. ㅎㅎㅎ
정말 편안하고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 가서 단독샷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것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해요.
아침부터 날씨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고고~! 하니까 기분 좋은 하루가 됐습니다.
다음에도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준비만 잘 하면 되겠죠.
그러면 의외의 기쁨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검색! 준비! 고고! 그거면 되겠죠.
약속은 지켰어요. 치즈돈가스와 햄버거 스테이크입니다.
제제는 '접시에 코를 박고 먹는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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