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품이 좋으니 안겨있고 싶겠죠. 하지만 저도 기계는 아니다 보니 가끔 힘에 부칠 때가 있어요.
"아빠, 나 안아줘."
"그럴까?"
품에 안고 이십 분도 넘게 걸은 것 같은데 내려놓은 지 채 오 분이 지나지 않아 제제는 다시 두 팔을 벌렸다. 살펴보니 피곤한 기색은 없다. 오늘 제제는 아빠 품이 유달리 좋은가 보다. 피식 웃으며 자세를 낮췄다가 다시 제제를 번쩍 들어 안았다.
"이제 걷는 게 어떨까?"
"싫어, 계속 안아줘."
또 한참을 안고 걷다가 내려주려고 하니 제제는 계속해서 안겨 있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십 킬로그램인 녀석을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안고 걸은 셈이다.
"자, 이제는 제제가 직접 걷는 게 좋겠어."
"힝, 난 아빠가 안아주는 게 좋은데..., "
결국 십여 분을 더 안고 걸은 다음에야 제제를 내려줬다.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어깨와 등은 저리기까지 한다. 여전히 칭얼거리는 제제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요즘 제제랑 열심히 소풍을 다니느라 아빠가 조금 피곤한 상태야."
얼굴을 마주하고 부르튼 입술을 보여주자 그제야 제제는 놀란 표정을 하고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에 힘을 잔뜩 준 채 아빠의 입술에 호호 입김을 불어주었다.
"제제가 아빠를 조금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제 씩씩하게 걸을 수 있지?""
"아빠, 나도 모르게 누가 날 조종하고 있었어. 그 사람이 잘못한 거야."
"아니 아니, 잘못은 아냐. 아빠도 좋아. 다만 아빠가 조금 힘들어서 그래."
자꾸 안아달라고 한 건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고 말하는 제제다. 머리에서 잘못하던 사람이 나갔으니 이제부터 열심히 걷겠다며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뭐라고? 너도 모르게 누가 너를 조종했다고?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웃어도 너무 많이 웃었나 보다. 부르튼 입술이 다 터져서 피가 배어 나왔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