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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Apr 09. 2019

# 99. 언제나 너와 함께

# 언제나 너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예상대로 손님은 몇 없다. 즐겨 찾는 밀면 식당인데 식사시간만 살짝 피하면 여유로운 맛보기가 가능하다. 


"아빠, 곤충학습관 또 가자." 


"언제든지 말만 해." 


경남 의령에 위치한 곤충생태학습관에 다녀오는 길이다. 자주 들르는데도 질리지 않는 모양이다. 자리에 앉아 밀면을 주문하자마자 제제는 기다렸다는 듯 오늘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더 많은 곤충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그럼 아빠가 색다른 곳을 찾아볼게." 


주문한 밀면을 눈앞에 두고도 입에 담는 건 곤충 이야기뿐이다. 아쉬워하는 제제를 달래며 밀면을 먹기 좋게 잘라 그릇에 담아 건넸다. 그제야 이야기를 멈춘 녀석이 부지런히 먹기 시작했다. 


"자, 이제 아빠도 맛있게 먹을게." 


"아빠, 언제나 나랑 함께 다녀야 해." 


볼이 터져라 밀면을 입에 담는데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린 제제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빛을 보니 무슨 뜻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46개월짜리가 건넨 한 문장에 화살이라도 맞은 듯 가슴이 울렸다. 


"제제는 열심히 먹고, 씩씩하게 놀고, 편안하게 자면 돼. 아빠는 언제나 제제랑 함께 다닐 거야. 백 살도 넘게 살 거니까 두고 봐." 


절대 할아버지로 변하면 안 된다는 제제의 말에 네가 결혼하지만 않으면 아빠가 할아버지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응수했다. 그 대답이 뭐가 그리 좋은지 제제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걸었다.  


아빠와 아들은 그렇게 나란히 앉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며 밀면을 먹었다. 


#46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



아빠, 오늘 무척 재미있었어.


며칠 전, 제제와 함께 경남 의령에 위치한 곤충생태학습관에 다녀왔습니다.
2018년 여름부터 제제와 자주 찾는 곳이죠.
몇 번을 다시 가도 늘 즐거워하기 때문에 집에서 제법 먼 곳이지만 거리낌 없이 차를 몰아 다녀오곤 해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38~45개월 그리고 46개월 각각의 반응이 다릅니다.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라서 많은 걸 받아들이고 금세 익혀요.
이젠 전보다 학습관 전체를 더욱 세밀하게 살피게 됐고요 질문의 난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왕개미는 땅속 몇 미터쯤에서 자? 코카서스 장수풍뎅이랑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가 짝짓기 하면 어떤 장수풍뎅이가 태어나? 이런 식이에요.
2층도 재미있었고 1층 체험관도 좋았어요. 다녀온 후에도 계속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죠.
각종 곤충을 만나볼 수 있고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찾아서 만져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다 자란 장수풍뎅이도 손에 올려놓고 볼 수 있어요.
아주 많은 걸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미리 학습관에서 볼 수 있는 곤충과 동물에 대해 공부하고 가시면 좋아요.
부모가 미리 조금만 공부하고 가면 아이에게 다양한 설명을 해줄 수 있어서 어떤 곳에 가더라도 아이의 즐거움은 훨씬 커집니다.
아빠, 오늘 고마웠어.
제제가 사랑하는 밀면이에요. 이제 식당에 둘이서도 부담 없이 갈 수 있죠. 하하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맛집 투어가 가능해지다니...
음~ 맛있어.
아빠, 언제나 나랑 함께 다녀야 해. (그래 그래, 걱정하지 말아. 네가 함께 다니기 싫다고 할 때까지 곁을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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