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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Apr 09. 2019

# 102. 우리 것

# 우리 것 

 

평일 해질녘엔 어디든 제법 한산하다. 


어떤 이는 퇴근을 서두르고 다른 이는 저녁식사를 위해 주방에 설 즈음이다. 학원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집을 향해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듯, 이때를 기다려 제제와 집을 나설 때가 많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길쭉한 산책로, 커다란 공원, 노을로 물든 강변 농구코트가 온통 '우리 것'이 된다. 

 

"아빠, 달리기 시합하자." 

 

"그럴까?" 

 

신나게 달려 나가는 제제의 모습이 잔잔한 산책로 풍경과 맞물려 하나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뒤처질세라 나도 부지런히 달려 그 그림을 쫓았다. 군데군데 구름 얼룩이 진 귤빛 하늘이 곱다. 그 아래 길고 긴 산책로엔 우리 둘 뿐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속까지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개미들은 아직도 땅속에 숨어 있어?" 


"글쎄, 우리가 한 번 찾아볼까?" 


가뿐 숨을 진정시킬 겸 잠시 쉬기로 했다. 규모가 제법인 공원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곤충들의 흔적을 살폈다. 풀밭이나 돌 틈을 기웃거려봐도 개미는 보이지 않는다. 화단과 나무를 살펴도 움직이는 것은 없다. 서운함을 내비치는 제제를 품에 안았다. 비록 곤충은 보이지 않지만 이 커다란 공원을 우리가 통째로 가진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더니 제제는 금세 서운함을 잊고는 '공원은 우리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강변 한 편에 위치한 농구 코트에도 들렀다. 마치 우리가 대관료를 내고 예약이라도 한 것처럼 코트 위엔 아무도 없다.  


"아빠, 목말 태워줘." 


"그래, 우리가 힘을 모으면 할 수 있을 거야." 


열심히 림을 향해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던 제제가 목말을 요청했다. 아빠의 어깨에 올라타 림 그물에 손을 뻗어보고 싶은 그 작은 소망을 들어주고 싶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목말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아 제제의 허리춤을 단단히 잡고는 만세를 부르듯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제제, 닿았어?" 


"응, 손가락만."  


그저 림 그물에 살짝 손가락이 닿았을 뿐인데 제제는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기뻐하는 제제를 내려준 다음 즐겁게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오늘 즐거웠어?" 


"응, 여기는 전부 다 우리 거잖아." 


어느덧 주위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멀리 산책로에는 하나 둘 사람들이 지난다. 이제 '우리 것'이었던 모든 걸 남겨두고 돌아갈 때다. 


아주 잠시였지만 분명 여기는 '우리 것'이었다. 


#46개월 #제제 #아빠육아 #아빠요리 #육아이야기 

#산책로도_공원도_강변_농구코트도_우리_것 



해질녘을 기다려 제제와 집을 나섭니다.


아무도 없는 산책로를 열심히 달립니다. 달리다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제제가 깔깔대며 웃지요. 제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잠시 쉬고 또 달리기를 반복해요.
풍차 모형 안에 들어가서 놀다가
공원으로 향하죠.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사람은 없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우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별 것 없는 산책로와 공원일뿐이지만 그래서 만족감이 엄청나게 큽니다.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강변 한 편에는 농구코트도 있어요.
목말을 태우다가 림 그물에 닿지 않아서 제제의 허리춤을 잡고 번쩍 들어줬습니다. 결국 제제의 손가락이 그물에 닿았죠.
이 모든 게 우리 거라며 제제는 무척 좋아했어요.
우리 것이니까 다음엔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와서 우리가 직접 청소하자고 제안했더니 제제도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아빠, 우리 지금 청소하자!
쓰레기봉투가 가방에 담겨 있는데 깜빡하고 가방을 집에 놓고 나왔어요. 제제는 실망했습니다. 다음엔 꼭 청소하고 돌아와야죠.
신나게 놀았으니 등갈비찜을 먹을 차례입니다.
제제는 등갈비찜을 무척 좋아해요.
맛있게 먹어야 청소도 열심히 하지. 제제는 와구와구 열심히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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