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샘추위
오전부터 대지를 달구던 따뜻한 햇살은 늦은 오후가 되자 구름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바람마저도 을씨년스레 불어오니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씨다.
"아빠, 볼이 차가워졌어."
"거봐, 아빠가 따뜻하게 입어야 한댔지?"
15도를 넘나드는 일교차다. 햇살 아래에서 흘린 땀이 봄바람을 타고 감기를 배달할 수도 있다. '봄 차림'이라기에는 다소 어색한 모양의 제제지만 아빠인 내 마음은 한결 가볍다.
"그런데 아빠는 왜 반팔 옷을 입었어?"
"아, 그게 그러니까..., "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열이 많아서 그렇다는 궁색한 답을 내놨다. 그걸로는 모자라다 싶어 아빠는 운동을 많이 해서 무척 튼튼하다는 설명도 추가로 곁들였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까 아빠도 조심해야 해. 아빠가 아프면 나도 마음이 아프단 말이야."
담담하게 이어지는 훈계가 꼭 청학동 훈장 선생님의 그것과 닮아있다. 그냥 잘못했다고 말할 걸 후회하는 찰나에 제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빠, 진짜 안 추워? 알통이 있어서?"
"그러~엄, 이 알통 안에는 용암이 들어 있거든."
놀란 표정으로 자꾸만 아빠의 팔을 꾹꾹 누르는 제제를 보며 내일도 열심히 운동하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