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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Apr 10. 2019

# 107. 어느 흔한 아빠의 바람

# 어느 흔한 아빠의 바람 


매일 새벽마다 휴대전화를 들어 앱을 켠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건 이제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경남 김해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덜한 곳 가운데 하나지만 주의를 기울여 나쁠 건 없다. 


'당분간 별 문제는 없겠어.' 


며칠 후까지 예보를 살펴봐도 딱히 심한 날은 없는 듯하다. 얼마 전 잠시 기승을 부리던 것이 최근에는 계속 잠잠한 상태인데 이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제제다.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산책을 나설 수 있고 어디든지 수월하게 소풍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수치가 낮을수록 제제의 미소는 한층 진해지기 마련이다. 


"아빠, 저기 저 산이 깨끗하게 잘 보여. 그럼 미세먼지가 없는 거라고 그랬지?" 


"어디 보자, 제제 말이 맞네." 


거실 창 너머 멀리 보이는 산을 두고, 제제가 반색을 표하며 아빠의 의견을 구했다. 이미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지만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제제 곁으로 다가가서 함께 창밖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빠, 우리 공원에 가서 산책하자." 


"좋았어. 고고고!" 


제제의 제안에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제제는 이미 간식을 충분히 먹었다. 미리 준비해둔 가방에 몇 가지 음료수만 챙겨 넣으면 준비는 끝이다.  


"설거지 끝나고 가야 돼?" 


"괜찮아. 아빠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 


하다 만 설거지는 돌아와서 마무리하면 되고, 열심히 돌아가는 세탁기는 정지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다. 오늘 하기로 작정했던 옷장 정리는 내일로 미루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둘이 함께 동요를 흥얼거리며 한적한 공원 여기저기를 거닐었다. 이제 다시 찾아올 곤충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다가 꽃과 나무에 대해 설명할 즈음, 제제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빠, 하늘이 깨끗해." 


"그래, 참 고운 빛깔이지?" 


하늘과 맞닿은 산등성이, 작은 연못 위를 지나는 나무로 만든 산책로, 길게 뻗은 나무 사이사이 가지들, 시야에 담긴 모든 것들이 선명함을 뽐내고 있었다. 그 선명함 사이에 우리도 함께였다. 한 장, 또 한 장 제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 사진에는 당분간 미세먼지가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어느 흔한 아빠의 바람도 함께 담겨 있었다. 


#제제 #46개월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아빠의_바람 #미세먼지_오지마 



경남 김해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드문 편입니다. 하지만 가끔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이면 제제를 위해 외출을 자제하려고 해요.


미세먼지를 발로 뻥 차버릴 거야. 제제는 미세먼지에 대해 반감이 무척 큽니다.
매일 아빠와 함께하는 산책이나 소풍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깨끗한 날이 지속되고 있어 다행이에요.
이렇게 제제와 매일 소풍을 다닐 수 있고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니 좋습니다.
하늘이 맑고 깨끗한 날, 제제와 함께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즐거워하는 제제 덕분에 제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질 않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선명한 느낌을 주더군요.
한 장, 또 한 장, 제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 사진에는 당분간 미세먼지가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어느 흔한 아빠의 바람도 함께 담겨 있었죠.
미세먼지야 훠이~ 훠이~
또 찾아오면 다시 발로 뻥 차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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