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자는데 쉴 수는 없지
지난 4월 초의 일이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간식을 먹던 제제가 고개를 돌리더니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빠, 공부를 잘해야 좋은 거야?"
"글쎄, 근데 그건 왜?"
궁금해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함께 시청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간에 나왔던 책이나 학습지 광고가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다섯 살 아이조차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해당 광고의 전달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제제에게 해줄 말은 따로 있다.
"공부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잘하면 좋은 점이 많아. 그런데 못한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야. 제제는 공룡을 좋아하지만, 공룡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야."
"그럼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거야?"
쉽게 알아듣지는 못할 거라 예상했는데 맥을 제대로 짚고 있으니 기특했다. 말을 꺼낸 김에 더 자세하게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공룡을 예로 들어 볼게. 제제는 어떤 공룡을 보면 그 공룡의 이름과 특징을 알기 때문에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더 재미있을 거야. 하지만 공룡을 모르는 사람은 공룡놀이가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 모른다고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 때 공부를 하면 즐거움이 더 커져."
"그럼 나는 이제부터 물고기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할래."
더욱더 즐겁게 어류에 관한 책을 읽고 싶다는 제제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면 돼. 나지막이 읊조리며 제제의 등을 어루만져줬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아, 제제랑 공부에 대해 대화했어요."
음료수를 담은 컵 세 개를 들고 아내가 거실 소파로 다가왔다. 셋 모두 웃는 낯으로 컵을 기울여 갈증을 달랬다. 공부라는 명제를 두고 아내와도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주거니 받거니 각자의 생각이 오고 가는데 갑자기 제제가 그사이에 끼어들어 입을 열었다.
"엄마, 우리 물고기 보러 가자."
"갑자기 물고기는 왜?"
"아빠가 그러는데, 직접 보는 게 제일 좋은 공부랬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던 아내가 제제의 마지막 말을 듣고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오늘은 다 함께 집에서 쉬기로 한 날이다. 아내의 강렬한 시선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운전 열심히 하고 내가 맛있는 식사도 쏠게요."
내가 건넨 이야기를 제제가 바로 써먹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다. 물고기에 대해 공부하러 셋이 함께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