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는 그러면 안 돼
4월의 어느 금요일,
수업을 마친 제제를 마중하러 어린이집에 들렀다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제가 같은 반 친구를 물었다고 했다. 직접 제제의 친구를 살펴보니 어깨에 멍이 든 상태였다.
사과 전화를 드릴 수 있게 다친 친구의 부모님 전화번호를 주십사 간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세 번을 더 말씀드렸지만 마찬가지였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말씀뿐이었다. 크게 잘못했다는 건 아는지, 귀가하는 길 내내 제제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말없이 걷기만 했다.
"진심으로 사과했어?"
"응, 미안해서 사과도 하고 꼭 껴안아줬어."
"사과하고 화해했다고 멍든 것이 금세 지워지지는 않아. 친구를 무는 건 아주 나쁜 행동이야."
집에 돌아와 자초지종을 들었다. 제제가 그림을 그리는데 친구가 다가와 자꾸 들여다봐서 부끄럽게 했다는 게 친구를 물었던 이유라고 했다.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고 사과를 했으며 친구와 서로 껴안고 화해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남김없이 듣고 나서 대화를 시작했다.
"제제가 아빠 말을 안 들으면 아빠가 어떻게 하지?"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
계속 말을 안 들을 때는 아빠가 어떻게 하느냐 물었더니 그래도 아빠는 계속 말로 타이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빠가 화를 내고 남들과 다투는 걸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제제는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빠도 가끔 제제에게 화가 날 때가 있어. 하지만 말로 타이르지? 회초리를 드는 게 말로 타이르는 것보다 훨씬 쉬워. 하지만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를 함부로 때리면 안 되기 때문에 제제가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대화로 해결하는 거야. 밖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마구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 그만큼 아빠는 힘이 세기도 해. 하지만 아빠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않지? 화가 난다고 다른 사람을 밀거나, 때리거나, 무는 행동은 아주 나쁜 거야. 세상에서 힘이 가장 센 사람도 남에게 함부로 행동하면 벌을 받게 돼."
"아빠, 내가 잘못했어."
사과는 아빠에게 할 게 아니라 월요일이 되면 친구에게 다시 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제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아빠에게 가장 많은 꾸중을 들은 날이니 그럴 만도 하다 생각했지만 단호한 표정을 풀지는 않았다.
"제제는 아빠가 엄하게 말하니 마음이 아프겠지만 제제의 친구는 어깨에 멍이 들만큼 아팠어. 그 친구의 부모님은 얼마나 속상하시겠어?"
"아빠, 어린이집에 가서 다시 사과할게."
다시 사과하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제제를 품에 안았다. 눈을 마주하고 눈물을 닦아준 다음, 한결 누그러진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친구는 아주 소중한 존재야. 매일 곁에서 함께 밥 먹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아. 어떤 날에는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장난치거나 다툴 때도 있지만 서로를 좋아하고 지켜주는 것도 친구란 말이야."
"좋아하는 친구야. 미워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더 잘해주고 지켜줘야지."
다음날 담임선생님의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친구의 부모님께서 너그럽게 이해해주셨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래도 죄송스럽고 또 죄송스러웠다.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용서해주는 입장에서는 건넬 수 있는 말이지만 상처를 입힌 쪽에서는 결코 언급해서는 안 될 말이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이 제제 입에서 나올 때까지 주말 내내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월요일,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집 문 앞까지 제제와 손을 잡고 걸었다. 혹시 기억하고 있나 궁금해서 제제와 헤어지며 다시금 말을 꺼냈다.
"오늘 제제가 할 일이 뭐지?"
"친구에게 다시 사과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