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즐거운 날도 의외로 많다.
우리는 슬픔이나 아픔 따위를 잘 포장해서
내 감정이라는 저울에 올려놓고
내리누르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잘 셈을 해 보면
즐거운 날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저울은 힘든 쪽으로 더 기울었다고
회고하거나 자평하기에 이른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도 그러하다.
때로는 화가 나는 일도
또 어느 날은 실망하거나 심지어 분노하는 일도
고스란히 다 자리하고 있겠지만
설레는 날도, 기쁜 날도
그냥 거기에 내 아이가 있고
그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날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잘 셈을 해 보면
즐거운 날이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탓하고, 가족을 탓하고, 사회를 탓하다가
내 육아 인생은 슬픈 쪽으로 더 기울었다고
회고하거나 자평하기에 이른다.
즐거움을 좀 더 누릴 줄 아는 사람.
힘들고 지칠 때, 지난 즐거움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
그 기억으로 다시 힘을 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즐거움의 향이 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제제 덕분에 하루가 꽤 즐거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