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를 벌컥이며 마시더니,
한숨 돌린 제제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빠, 사랑에 빠지는 게 뭐야?"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는데 급한 대로 갈증을 해소하고는 그제야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독특한 질문을 받는 것이 일상적이라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누군가를 볼 때 정말 좋은 기분이 드는 걸 말하는 거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고, 내가 먹을 걸 나눠주고 싶고,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거지."
"장난감 주고 싶은 것도?"
아빠의 어설픈 설명에도 바르게 알아들었구나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걸렸다. 빙그레 웃으며 두 팔을 벌렸더니 제제가 와락 품에 안긴다. 꼭 끌어안고 티 없이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을 보기만 해도 정말 정말 좋아서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 들어. 제제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결혼도 하는 거야?"
"당연하지. 사랑에 빠지면 결혼할 수도 있어."
"그럼, 나 사랑에 빠졌어."
짧은 순간, 어린이집 친구들 중에 좋아하는 아이가 생겼나 떠올려보다가, 담임선생님이 좋아서 그러나까지 사고의 흐름이 이어지는데 제제가 신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는 아빠랑 사랑에 빠졌어."
내 볼에 뽀뽀를 하고 방으로 쪼르르 뛰어간 제제가 뭔가를 뒤지는 눈치다. 받은 감동은 잠시 눌러두고 살며시 뒤를 따라가 살펴보니 트럭 아홉 대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다.
그렇게 거실로 나오더니 낑낑거리며 들고 온 커다란 바구니를 내게 내밀었다. 바구니에는 트럭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빠, 이거 전부 아빠가 가져도 돼."
건네받은 바구니가 제법 무겁게 느껴졌다.
트럭 몇 대가 담긴 바구니라고 해 봐야 얼마 무겁지 않지만, 새로 선물 받은 트럭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바구니와 트럭 사이마다 가득한 사랑만큼은 꽤 묵직했다.
"아빠도 제제랑 사랑에 빠졌어."
마음속에서 수백만 개의 작은 꽃들이 활짝 피어나는 듯한 기분이다. 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한껏 웃었다. 너는 어느 별에서 내게 보내준 선물일까...
"아빠, 그럼 우리 결혼하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프러포즈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