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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6. 2019

# 17. 사냥꾼

# 2018년 7월의 이야기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스쳐지납니다.
제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니 낯 모르는 할머니도 즐거운 표정입니다. 
 
"아빠랑 잠자리 잡는 거야?" 
 
제제는 손에서 파닥거리는 잠자리를 할머니께 내밀어 보이며 으쓱한 표정으로 입을 엽니다. 
 
"우리 아빠는 사냥꾼이에요." 
 
할머니와 저는 마주 보고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없으니 온몸이 땀으로 젖어들지만 더워서 흘리는 땀이 아닙니다. 아마도 사냥꾼으로서의 열정 때문일 겁니다. 
 
지난 여름, 제 직업은 '사냥꾼'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이좋은 친구이자, 한 팀입니다. 사냥꾼들이죠


잠자리를 채집하고 관찰합니다. 금세 놓아주고요.


거미는 채집 패스!!! 그냥 관찰합니다.
나비는 날개를 다칠 수 잇으니 채집 패스!!! 역시 그냥 관찰합니다.
메뚜기도 채집하고 관찰합니다. 역시 금세 놓아줍니다.
곤충이 없으면 어때요~ 꽃도 채집...이 아니라 가만히 두고 관찰합니다.
사냥꾼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놓아주고 오는 것입니다. 함께 채집하고 함께 관찰하고 함께 즐거웠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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