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미술관

by MichaelKay

# 2018년 10월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왜 좋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뜬금없이 집을 나서면 목적지가 미술관인 경우가 많았죠.

항상 홀로 갔어요. 누군가를 신경 쓰거나 챙기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전시 규모나 작가의 이름값보다 중요했던 건 '나 자신이 즐거운가'였습니다. 사실 전시 자체가 기호에 맞지 않더라도 미술관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잔잔한 음악을 듣다 보면 금세 즐거운 마음이 되곤 했어요. 생각해보면 당시 미술관을 찾았던 건 제게 마음의 안식을 찾는 행위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엔 조금 달라졌어요.

둘 모두 성향이 비슷한지라 항상 미술관 내부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각자 둘러보기만 했습니다. 돌아서서 나오는 길, 작은 카페에 앉아 작품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임에도 늘 잔잔한 만족감이 함께였어요. 혼자서 가는 게 아니어도 즐거우니 참 신기했습니다. 더불어 미술관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변했죠. 홀로 찾아가는 마음의 안식처에서 함께 가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달까요.

2015년 4월 말에 제제가 태어났습니다.

미술관에 대한 마음가짐이 그때부터는 더 많이 달라졌어요. 유모차를 끌고 미술관에 들르게 됐고요. 아장아장 걷는 제제를 데리고 엉뚱한 설명을 해주다가 홀로 피식거리기도 하고 제제를 안아 들고 아내와 함께 미소를 입에 건 채 돌아다니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동네 놀이터에 가는 것처럼 미술관에 가요. 지금 떠오르는 미술관의 이미지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편안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함께 걸으며 바라보는 모든 것에 누군가 드라이어로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만족스러우니 이제는 딱히 새로운 전시가 없더라도 본 걸 또 보기도 해요. 그냥 미술관 산책로만 걸어도 만족스럽습니다. 나 자신이 즐거워야 하는 곳에서, 함께 가도 즐거운 곳으로 바뀌더니, 이젠 아무 때나 편히 들러도 좋은 곳이 되었네요.

지난봄과 여름에 제제와 함께 미술관에 참 많이 다녔습니다.
제제가 자라나는 내내 손을 꼭 잡고 자주 찾아가 봐야죠.

지금은,
어떤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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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오빠 제제입니다. 미술관이 지루하고 답답하다고요? 즐거운 마음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면 그걸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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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풍경 어디를 둘러보아도 위화감이 든다거나 머리가 복잡해지지는 않죠? 미술관도 그런 마음으로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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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 무엇보다 뛰어난 하나의 작품이죠. 그 작은 몸짓도, 수줍은 미소까지도 전부 그렇습니다.
img_xl (9).jpg 가끔 미술관에 들러도 좋고 아니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아도 우리를 웃음짓게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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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오빠가 아니면 어때요~ 그냥 도시락 싸들고 찾아가서 아무 곳에서나 놀다가 오면 충분하죠. 가까운 작은 미술관에 찾아가도 좋고, 집 주변 공원도 좋아요.
img_xl (13).jpg 우리끼리 즐거우면 그게 최고죠. 제제가 돌이 되기도 전에 찾았던 어느 미술관에는 이런 메모가 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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