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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6. 2019

# 26. 미술관

# 2018년 10월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왜 좋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뜬금없이 집을 나서면 목적지가 미술관인 경우가 많았죠. 
 
항상 홀로 갔어요. 누군가를 신경 쓰거나 챙기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전시 규모나 작가의 이름값보다 중요했던 건 '나 자신이 즐거운가'였습니다. 사실 전시 자체가 기호에 맞지 않더라도 미술관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잔잔한 음악을 듣다 보면 금세 즐거운 마음이 되곤 했어요. 생각해보면 당시 미술관을 찾았던 건 제게 마음의 안식을 찾는 행위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엔 조금 달라졌어요. 
 
둘 모두 성향이 비슷한지라 항상 미술관 내부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각자 둘러보기만 했습니다. 돌아서서 나오는 길, 작은 카페에 앉아 작품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임에도 늘 잔잔한 만족감이 함께였어요. 혼자서 가는 게 아니어도 즐거우니 참 신기했습니다. 더불어 미술관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변했죠. 홀로 찾아가는 마음의 안식처에서 함께 가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달까요. 
 
2015년 4월 말에 제제가 태어났습니다. 
 
미술관에 대한 마음가짐이 그때부터는 더 많이 달라졌어요. 유모차를 끌고 미술관에 들르게 됐고요. 아장아장 걷는 제제를 데리고 엉뚱한 설명을 해주다가 홀로 피식거리기도 하고 제제를 안아 들고 아내와 함께 미소를 입에 건 채 돌아다니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동네 놀이터에 가는 것처럼 미술관에 가요. 지금 떠오르는 미술관의 이미지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편안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함께 걸으며 바라보는 모든 것에 누군가 드라이어로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만족스러우니 이제는 딱히 새로운 전시가 없더라도 본 걸 또 보기도 해요. 그냥 미술관 산책로만 걸어도 만족스럽습니다. 나 자신이 즐거워야 하는 곳에서, 함께 가도 즐거운 곳으로 바뀌더니, 이젠 아무 때나 편히 들러도 좋은 곳이 되었네요. 
 
지난봄과 여름에 제제와 함께 미술관에 참 많이 다녔습니다.
제제가 자라나는 내내 손을 꼭 잡고 자주 찾아가 봐야죠. 
 
지금은,
어떤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미대 오빠 제제입니다. 미술관이 지루하고 답답하다고요? 즐거운 마음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면 그걸로 충분해요.


주변 풍경 어디를 둘러보아도 위화감이 든다거나 머리가 복잡해지지는 않죠? 미술관도 그런 마음으로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 무엇보다 뛰어난 하나의 작품이죠. 그 작은 몸짓도, 수줍은 미소까지도 전부 그렇습니다.
가끔 미술관에 들러도 좋고 아니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아도 우리를 웃음짓게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미대 오빠가 아니면 어때요~ 그냥 도시락 싸들고 찾아가서 아무 곳에서나 놀다가 오면 충분하죠. 가까운 작은 미술관에 찾아가도 좋고, 집 주변 공원도 좋아요. 
우리끼리 즐거우면 그게 최고죠.  제제가 돌이 되기도 전에 찾았던 어느 미술관에는 이런 메모가 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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