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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6. 2019

# 25. 눈 나빠진 아빠 참개구리

# 2018년 9월의 이야기


잔비가 흩뿌리는 날, 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잠시 비가 멈출 때를 기다려 제제와 습지 주변 산책로를 걸었어요. 
 
"아빠, 개구리 찾아줘." 
 
작년에 이미 노안이 시작됐다는 판정을 받았던 눈이지만 어린 시절 숱하게 개구리를 잡아본 경험을 믿고 습지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두 눈에 피로가 몰려듭니다. '숨은 그림 찾기'보다 더 어려운 일에 집중을 하자니 금세 초점이 흐려지며 시야가 어지러워졌어요. 
 
잠시 쉬려고 안경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안경을 벗으니 더 잘 보이는 기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눈이 더 나빠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생각도 잠시, 안경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시 열심히 주위를 살핍니다. 개구리밥, 마름, 가래를 비롯한 많은 수생식물 잎들이 가득한 수면을 훑어내리듯 바라보며 집중했어요. 
 
"제제, 천천히 이리로 와." 
 
"아빠, 개구리 찾았어?" 
 
손가락으로 개구리가 숨어있는 곳을 가리키며 제제가 잘 볼 수 있게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가만히 자리 잡고 아빠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던 제제의 두 눈이 갑자기 커집니다. 개구리를 발견했기 때문이겠죠. 
 
"우와... 개구리 예쁘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제제에게 '참개구리'라는 이름을 알려줄 때쯤 개구리는 물속으로 모습을 감췄고 우리는 다시 산책로를 걸어 차로 돌아왔습니다.
 
"아빠, 비가 내리니까 

기 청개구리가 엄마 청개구리 무덤을 지키러 간 거야." 

 
문득 제제에게 장난을 걸고 싶은 마음에 청개구리 이야기를 비틀어 재탄생시켜 봅니다. 
 
"아니야, 
그 녀석은 청개구리가 아니라 참개구리였잖아.
아기 참개구리는 아빠 참개구리 안경 사주러 간 거야.
아빠 참개구리가 눈이 더 나빠졌대." 
 
그리고는 즉석에서 각색한 이야기를 천천히 제제에게 들려주었죠. 
 
"아빠 참개구리는 아기 참개구리가 말을 안 들어서 눈이 나빠지기 시작했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제제는 어른이 되면 아빠에게 안경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어요. 
 
훗날, 
제제는 약속을 지킬까요? 



습지 산책로를 걷습니다.


비가 흩뿌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우산을 챙겼죠.
비가 내리기 때문에 당연히 한적합니다. 우리만의 세상이랄까요. 넓은 습지생태공원을 독차지하다가 왔습니다.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요.
참개구리야. 어서 가서 눈 나빠진 아빠 참개구리에게 안경을 선물하렴.
생태공원 한 편에는 학습관이 있어요. 잠시 둘러보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늘 그렇듯, 단출한 전시가 전부입니다만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안녕, 난 제제야! 너희들도 인사 좀 해~!!! 아빠, 이 친구는 부리가 신기하게 생겼어. 노랑부리저어새도 만났어요.독수리도 만났죠. 습지 산책로를 걷다가 지치면, 잠시 들러 쉬면서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에요.
안녕, 난 제제야! 너희들도 인사 좀 해~!!! 아빠, 이 친구는 부리가 신기하게 생겼어. 노랑부리저어새도 만났어요.독수리도 만났죠. 습지 산책로를 걷다가 지치면, 잠시 들러 쉬면서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에요.
개구리도 만나고 학습관도 둘러보고 기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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