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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6. 2019

# 28. 고마워, 좋았어, 고생 많았어

# 2018년 10월의 이야기


돌이 막 지날 무렵부터, 아빠 품에 안겨 들로, 산으로 매일 산책을 다녔던 제제는 곤충과 동식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늘 가까이 접했기 때문인데요. 제제가 좋아하니까 제 시선 역시 그런 방향으로 많이 기울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원을 산책하다가도 발밑의 작은 움직임에 신경을 쓴다거나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나뭇가지 사이도 집중해서 바라봅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 친구들을 만나기 쉽거든요.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울어대는 귀뚜라미와 조용한 날갯짓을 하는 새들, 그리고 다음 해를 기약하는 나무들이 남았어요. 열심히 찾아봐도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기 힘들죠. 그래서 어제 곤충 생태 학습관에 다녀왔어요. 경남 의령에 위치한 곳인데 집에서 왕복 110km 정도의 꽤 먼 거리라서 평일 오후에 다녀오긴 조금 버거운 곳이에요. 
 
하지만 출발하는 순간까지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악하기 그지없는 다른 생태 학습관에서조차 세상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던 제제의 미소와 몸짓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얼마나 좋아할까,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고, 열심히 즐겼으며, 폐관 시간이 지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습니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오는 길, 어느덧 세상은 온통 어둠으로 물들었어요. 카시트에 앉아 요구르트를 마시던 제제가 입을 엽니다. 
 
"아빠, 오늘 운전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이제 아빠의 수고로움도 챙기나 싶어, 따뜻한 41개월짜리의 그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어요. 찔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려 하는데 제제는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아빠랑 함께 다녀와서 좋았어.
아빠, 고생 많았어." 
 
도로 위, 차들이 반짝반짝 제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 그걸 비추는 가로등 사이를 스쳐 지나면서 제제의 몇 마디에 마치 아름다운 그림 속 세상을 부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빠, 내일도 곤충 학습관 또 가자." 
 
"그래, 또 가자." 
 
아마 오늘 오후에도 저는 어제와 같은 방향을 향해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될 것 같습니다. 매일 제제와 함께 즐기고 있어요. 오늘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경남 의령에 위치한 곤충생태학습관에 다녀왔어요.


커다란 이구아나가 반갑게 인사합니다. 제제야 반가워~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제제를 데리고 바로 출발했는데도 거리가 제법이라 오후 5시에야 도착했어요. 관리가 참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관람시간이 저녁 6시까지인데 동절기에는 저녁 5시까지니까 11월부터는 평일에 들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1층엔 관람실이 있고 여러 곤충을 비롯해서 몇몇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이런 작은 규모의 생태 학습관을 제제와 참 많이 다녔는데 이곳 역시 규모는 작지만 만족감은 최상이었어요.
동물이나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한 번 가보셔도 괜찮은 곳입니다. 관람료도 저렴해요.
2층은 곤충표본 전시실인데요. 여긴 볼 것이 많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제는 워낙 곤충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이클이 조금씩 추임새만 넣어주면 이 작은 규모의 전시실에서도 한참을 즐겁게 놉니다.
제제만을 위해 이렇게 다니는 건 아닙니다. 마이클도 충분히 즐기고 있고, 매 순간이 행복해요. 평일 오후에 왕복 110km를 다녀오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제제가 좋아하니 기뻤습니다.
윈윈 전략이죠. 하하하 아들 좋고, 아빠도 좋고 말입니다. 솔직히 저도 재미있어서 이렇게 매일 돌아다니는 거예요.
아빠, 학습관에 외뿔장수풍뎅이는 없었어. 그 친구도 보고싶은데... (제제야, 그 친구는 김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지난번에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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