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출근할 때, 계절에 어울리는 온도의 커피를 건네면서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회사에서 먹는 밥이 지겹다'는 이야기를 흘깃 들으면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도 좋고, '식사할 여유도 없이 바쁘다'는 지친 목소리를 들으면 간편하게 마실 수 있게 쉐이크를 만들어 텀블러에 담아 보낸다.
그게, 전업주부인 내가 가장인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방식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정성을 쏟아 일상의 큰 흐름은 그대로 둔 채, 아내에게 향하는 작은 결과물 몇 가지를 보여주고 그걸 지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부부를 지탱하는 최고의 덕목은 역시나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아내에게 보내는 작은 고민과 정성이 무색하리만큼 아내는 내게 큰 사랑을 보낸다.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스물여덟이었으니 번써 만으로 15년, 햇수로 1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즐겨 찾던 바에서 맥주 몇 병을 마시다가 멀리서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그 사람을 보았다. 그 재능과 감각이 탐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알고 지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참 고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아는 사이'로 겨우 친분을 유지했고 결혼과 출산은 그 후로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때도 오빠가 최고라고 말하던 아내는 결혼할 무렵에도 한결같았다. 아들이 태어난 날에도 그랬으며, 아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지금도 아들보다 오빠가 더 좋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곤 하니 내게는 아내의 그런 사랑이 가슴에 달아놓은 '빛나는 훈장'과도 같다. (내게는 나 자신도 모르는 치명적 매력이 있는 게 틀림없다. 훗~)
빛나는 훈장을 달았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쭐하지 않고 조용히 내 할 일을 하는 것. 커피를 건네고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쉐이크가 담긴 텀블러를 보내는 그런 일들이다. 앞으로 오십 년 정도는 거뜬하다.
그런데 오십 년 후면,
내가 도대체 몇 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