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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7. 2019

# 02. 인생, 아무도 모른다


살다 보니 '인생, 아무도 모른다'는 그 말, 쏘아놓은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힌다.
 
오늘 차를 몰아 늘 가던 곳을 들르더라도, 어떤 길과 어떤 교차로를 지날지 나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꼭 그와 같다.
 
대충 머릿속에 지도를 몇 번 그려보고 이제 출발을 해 볼까 싶어 나선 길, 수많은 신호등과 갈림길 그리고 교차로 사이에 선다.

셀 수 조차 없는 많은 차량 틈에서 지도는 어느새 한낱 흔한 낙서 나부랭이가 되어 버려지고, 매 순간 방향에 대해 염려하다가 끼어드는 차, 위협적인 차, 그 사이로 주눅이 들곤 한다. 심지어 언제나 익숙하게 지나던 도로 위임에도 길을 잃은 건 아닐까 겁을 집어먹는 날도 존재한다.
 
그래, 그렇게 살아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상황이 내게는 무척이나 잦은 빈도로 벌어지곤 했고, 내가 타인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 일도 있겠으나 나 역시 무겁게 억울하고, 깊게 분한 일이 제법이었다. 내가 그린 지도에는 없던 골목길이 늘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곰곰이 따지고 보니, 허기져 필사적인 손놀림이 아니었음에도 손쉽게 따먹었던 과일도 많았다. 우연히 발견한 나무 중엔 낮은 가지에만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놈도 존재했다.

의지와 노력이 담기지 않았음에도 시나브로 성사된 일 역시 생각보다 꽤 되는 것 같다. 셈을 해 보면 넉넉하게 베푼 적도 없는데 상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일도 무척 많았고, 행운이라는 말을 가져다대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몇 있었다. 이런 것 역시 내가 그린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골목길이었지.
 
그래, 이제 마흔넷이다.

아직도 나는 운전 중이다. 
여전히 수많은 신호등과 갈림길 그리고 교차로 사이에 서있다. 늘 그래 왔듯,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염려하고 주눅이 들다가 겁을 집어먹기도 한다.

다만 낮은 가지에 열리는 과일, 시나브로 성사되는 일, 의외의 좋은 평가, 설명하기 힘든 행운도 군데군데 골목길처럼 뻗어있다는 것 정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인생,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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